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 야구선수 윤석민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3.19/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한데, 왜 저를 좋게 봐주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자타공인 ‘예스맨’(예능스포츠맨)으로 활약 중인 윤석민(전 프로야구 선수·현 티빙 해설위원)이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지난 3월, 야구인이자 ‘예능인’으로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나선 그는 야구 팬들을 비롯한 누리꾼들의 호의적인 반응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나만큼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고 씩 웃었다.
윤석민은 21세기 최초의 투수 4관왕(다승·방어율·탈삼진·승률)이라는 빛나는 족적을 남긴 투수로 수많은 타자를 제압해 ‘언터처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원치 않게 조금 일찍 ‘현역’ 타이틀을 내려놨지만 아픔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 그는 2024년 골프 프로 선발전을 통과하며 화제가 됐고, 지금은 프로야구 해설 활동뿐 아니라 방송가에서도 거침없이 활약 중이다.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 야구선수 윤석민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3.19/ “은퇴하면서 다 내려놨어요. 선수 때는 선수라는 신념을 갖고 살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행동에 조심스러운 게 있었는데 그만두고 나서는 그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행복감도 있었죠.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점차 편안한 마음으로 저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나 자신을 많이 숨기고 살았구나’ 싶었어요. ‘이렇게 말하는 걸 좋아하고, 내성적이지만 어떨 땐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구나’. 운동하면서 잊고 살았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죠. 야구 인기 덕분에 야구 예능도 하게 됐는데, 팬분들에게 또 선수들에게 감사하죠.”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올 초까지 방송된 JTBC ‘최강야구’에서는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맹투구로 팀의 우승을 견인했고, 채널A ‘야구여왕’에서는 코치로 나서 섬세한 지도력을 뽐냈다. 최근 종영한 JTBC ‘예스맨’에서는 야구 종목의 대표주자로 입담을 과시했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을 통해서는 다양한 야구 이야기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야구선수, 투수 윤석민 아닌 인간 윤석민의 면모가 대중에 드러나고 있다.
“처음엔 내가 어떻게 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가장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피하기보다는 도전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나를 포장하거나 대단한 사람처럼 보여야지 하는 생각은 안 하고 ‘내 야구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는 게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더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최강야구 윤석민 그러면서 “선수 시절엔 팬들에게 다가가거나 상냥한 편도 아니었고, 예민한 성격이라 나쁜 이미지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지금은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좋게 봐주시는 것도 있는데, 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돼 그런게 아닌가 싶다”며 “재미있는 콘텐츠를 해야지 하는 부담은 있다. 행복하지만 생각은 많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진중한 마음을 덧붙였다.
특히 윤석민은 “내 인생과도 같은 야구로 장난치는 건 너무 싫다. 대충 한다거나 안일한 플레이 이런 게 용납이 안 된다. 야구 소재의 예능이라도 진심으로 하다 보니 선수처럼 한 것 같다”며 각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면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야구여왕’에선 실제 자신이 생각하는 ‘워너비’ 코치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고, ‘최강야구’는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그 자체로, 선수 시절로 돌아간 듯 진지하게 임했다. 출연작 중 가장 ‘찐 예능’에 가까웠던 ‘예스맨’에 대해서는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보다 더 떨렸다”면서도 “하고 싶은 걸 자신있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말을 이었다.
“어떤 방송이든 떨리고 긴장될 수 밖에 없지만, 저의 장점은 뭘 숨기거나 거짓말하는 걸 싫어해요. 잘 모르는 부분이나 상식이 없는 부분도, 모르면 모른다고 당당하게 보여주죠. 모를 수 있잖아요. 제가 한글 맞춤법을 잘 모르지만, 부끄럽진 않아요. 그래서 ‘예스맨’을 하면서도 부끄럽지 않았고, 그걸로 인해 누군가 재미있었다면 그걸로 된 거지, 욕을 먹어도 사실 타격감이 제로에요.” 덕분에(?) 그는 해당 에피소드에서 무려 10점을 획득했고 정답도 맞췄으니, 이야말로 일거양득이다.
뜻하지 않게 화제가 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남일의 예능성 도발에서 불거진 ‘야구 비하 논란’의 비하인드도 밝혔다. “예능이니까 재미있게 하려고 서로의 스포츠를 조금씩 깎아내리면서 한 말들이었고, 현장에서 불쾌함도 전혀 없고 유쾌하게 끝났는데 방송 이후 그렇게 될 줄은 솔직히 몰랐어요. 실제로는 녹화 끝나고 나서 회식도 즐겁게 했는걸요. 논란이 커져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야구팬들이 너무 든든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아무런 감정이 없고 실제로는 끈끈하다는 거죠. 예능에서 나온 날 것의 발언일 뿐이니 그 자체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진통제 투혼 끝에 최강 브레이커스를 우승에 올려놓고, 시즌 MVP의 영예까지 안은 ‘최강야구’ 이야기가 나오자 윤석민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정말 재미있게, 후회 없이 했어요. 마운드에 올라가는 순간은 너무 좋은데, 공을 던지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참으면서 진통제 먹어가며 던졌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어서, 아쉬운 건 없었어요. 제가 유튜브에서 투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선수들의 마음을 공감하는 편이라기보다는 이런 저런 게 있다는 걸 알려주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최강야구’에서는)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요. 공을 안 던진 지 6년이 넘었는데, 마운드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는 게 첫 번째 마음이었다면, ‘내가 유튜브에서 말한 게 그렇게 많은데, 그렇게 하는 걸 못 보여주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감이 또 있었어요. 야구가 직업일 땐 잘 하기 위해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노력했는데, 야구 하려니 또 부담되네 싶었죠. 그런데, 그게 또 이겨내지더라고요. 결과를 보여줬으니, 결과로 말을 했으니 성취감이 남들에 비해 열 배는 더 있었죠.”
최강야구 윤석민 현역 시절, 자신에게 가장 큰 의미가 ‘계속 마운드에 오래 서 있는 선수이고 싶었다’는 윤석민. 그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지금 그의 삶에 가장 큰 의미는 가족이다. 그는 “지금은 자식들(이 가장 큰 의미)인 것 같다”며 “아빠로서 해줄 수 있는 것. 놀아주는 건 잘 못 하지만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류(현진)윤(석민)김(광현)양(현종)’의 맏형이었던, 당대 최고의 투수였지만 예기치 않게 닥친 부상과 수술, 긴 재활 끝에 결국 은퇴를 선택하기까지의 힘들었던 시간도 담담하게 돌아봤다. “(재활이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저도 너무 힘들었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문득 돌아보니, 가족들이 다들 제 눈치를 보며 지내고 있었어요. 너무 이기적이었던 거죠. 저 하나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가 불행하더라고요. 야구를 하느냐 마느냐 최대 위기였죠. 재활이 안 되는데도 내려놓지 않는 건 아니구나 싶어 빠르게 (은퇴를) 선택 했어요. 지금도 어깨가 아프니까. 잘 한 선택이라고는 생각해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야구 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볼 수가 없었죠.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려야겠다,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는데 운동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골프를 택했어요. 사람들은 ‘야구 선수가 골프를?’ 하며 웃어요. (골프)프로 되는 거,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사실은, 제가 몰입할 게 필요했던 거였어요. 그렇게 선택을 하게 됐고, 그게 또 어떻게 여기까지 이어지게 됐네요.”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 야구선수 윤석민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3.19/ 진지와 유쾌를 넘나드는 예능 속 모습이나, 인간미와 전문성을 겸비한 해설위원으로서의 활약 등 그 자신의 활동에 대해 쏟아지는 호의적인 반응 언급에는 연신 쑥스러워하면서도 “어릴 땐 칭찬을 많이 받던 선수였는데 20대 중반 넘어선 뒤로는 선플보다 악플이 많았고, 은퇴할 땐 극한으로 악플이 많았다. 그런데 은퇴 후에 이렇게 선플이 많이 오니 불안함도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의 순간, 해설위원석에서 흘린 뜨거운 눈물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제가 원래 잘 안 우는 편인데, 스포츠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이 선수가 힘든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이뤄내면서 끝나는 엔딩 장면을 보면서, 어릴 때 제가 겪어온 과정을 생각하면 약간 뭉클해져요. 그런데 막상 실제로 제가 그걸 이루면, 오히려 덤덤해요. ‘당연히 잘 해야 해’라는 마음 때문에, 만족이라는 게 없죠. 운동할 땐 여기서 끝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눈물을 글썽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이걸 해설하면서 보니까, 선수들에게 감정이입이 너무 되더라고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힘든 걸 다 이겨내고 본선에 올라갔구나 하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200만 관중 돌파하는 등 프로야구가 출범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 대한 감회도 전했다. 윤석민은 “(관중이)왜 많아졌느냐, 이건 중요하지 않다. 외국도 젊은층의 유입이 없어 새로운 팬들이 안 늘어난다는데 유일하게 KBO만 늘어났다더라”며 “내가 야구할 땐 200~300만이 다였는데 이렇게 야구가 사랑받고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인기가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라 말했다.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 야구선수 윤석민이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6.03.19/ 인터뷰 말미, 시즌 개막과 함께 해설위원으로서 계속 야구 팬들을 만나게 된 그에게 올해의 계획에 대해 묻자 미소와 함께 “은퇴 후 플랜을 짜본 적이 없다”는 싱거우면서도 담백한 답이 돌아왔다. “은퇴하면 평생 일 못 할 줄 알았는데, 일거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요. 야구 관련 프로그램 등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감사히 하고, 없으면 골프 시합도 다니고. 그렇게 다니다 보면 1년이 금방 갈 것 같아요.” 그렇게 윤석민은, 진짜 ‘행복 야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