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네이버웹툰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드라마 ‘김부장’에 때아닌 찬물이 끼얹어졌다. 동명의 웹툰 원작이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뜨거운 ‘일베 논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드라마 불매까지 거론되고 있는 양상이다. 방송가에선 해명도 이뤄진 원작의 과거 의혹으로 인해 각색된 드라마까지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쏠리고 있다.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아빠가 하나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되어 싸우는 복수 액션극이다. 시청률이 2회 만에 15.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하더니, 3회 18.8%, 4회 21.6%까지 튀어올라 반향을 일으켰다.
이 가운데 3회가 방영된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웹툰 ‘김부장’의 제작사 더그림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박태준의 전작 ‘외모지상주의’에서 특정 대사와 장면이 일베에서 조롱거리로 삼아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연상시킨다는 의혹이 담긴 게시글이 화제를 모았다.
최근 배재고등학교 야구부발 논란이 대중문화 콘텐츠 속 ‘숨은 일베찾기’로 번진 가운데, 일베 의혹을 받은 박태준이 웹툰 ‘김부장’에 제작 총괄을 맡았으니 드라마 불매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주장은 ‘김부장’이 SBS 드라마 역대 최단기 시청률 20%라는 대기록까지 세우자 일부 정치인이 거론하며 보다 확대되고 있다.
조롱과 혐오를 재생산하는 일베에 대해 대중이 경각심을 갖는 건 반길 일이지만, 이 같은 주장에 ‘김부장’의 불매까지 연좌제처럼 이어지는 건 억지라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먼저 박태준은 과거 일베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제가 아무리 부족한 인간이라도 고인의 사진을 가지고 그런 짓을 할 위인도 아니고 용기도 없다”고 정면 부인한 바 있다.
더군다나 박태준이 ‘‘김부장’을 그린 작가’로 오해받거나 논란이 된 ‘외모지상주의’의 장면이 ‘김부장’의 장면으로 오인된 채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점은, 확인조차 하지 않은 가짜뉴스를 믿고 손가락질 하는 형국이다.
‘김부장’의 드라마 원작자 크레딧에 박태준은 없다. 웹툰 원작사인 더그림엔터테인먼트와 스토리를 맡은 남자의이야기 작가, 작화를 맡은 정종택 작가만 이름을 올렸다. 당연하게도 각색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S를 비롯한 드라마 제작진의 별개 영역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박태준의 과거 일베 의혹 진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고, ‘김부장’은 박태준이 쓰고 그린 작품이 아니기에 동일선상에 놓고 일베와 연관 짓기는 어렵다”며 “드라마 화제성이 뜨겁기에 따른 현상이다. 일종의 사이버 레커처럼 또 다른 이슈로 작품의 화제성에 편승하려는 양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사진=SBS
그럼에도 웹툰이 ‘박태준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에 속해있는 한 일베 의혹을 부른 약자 혐오 코드를 공유하는 것 아니냐는 꼬리잡기식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김부장’은 원작의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10부작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장점만 취하되 새롭게 밀도를 높인 부분이 많다.
일례로 김부장(소지섭)의 딸 민지(서수민)는 원작처럼 아버지의 평범함을 원망만 하는 여성혐오 소지를 품은 여성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1회부터 아버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개연성과 주체성이 높아졌다.
또 시점을 앞당겨 박진철(윤경호)의 합류가 빨라지고 언더커버 특수 요원 상아(손나은) 등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했지만, 냉동창고신 등 원작의 중요한 사건은 살려 시원한 속도의 추적극 맛을 살렸다.
사진=SBS 이는 대본을 쓴 영화 ‘30일’ ‘퍼스트 라이드’ 남대중 감독표 유머가 살아있는 휴머니즘과, 연출을 맡은 ‘트레이서’ ‘보이스2’ 이승영 감독과 신예 이소은 감독이 빚은 묵직하면서 재기발랄한 액션이 조화를 이룬 덕이다. 소지섭, 최대훈, 윤경호를 비롯한 배우들 또한 원작 싱크로율을 맞추기보단 배우 본체의 매력도 반영하면서 웹툰과는 다른 ‘중년 액션’의 맛을 제대로 구현했단 평가다.
국내외에서 인정하는 웰메이드 실사화라는 건 ‘김부장’ 시청률이 20%대를 넘겼다거나, 넷플릭스 TV쇼 글로벌 3위(6일 플릭스패트롤 집계)라는 화제성으로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SBS에 따르면 ‘김부장’은 성별을 떠나 젊은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아울렀다.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최고 점유율을 살펴보면 드라마 흥행 핵심 시청층인 3059 여성에서 46%, 20대 여성에서 44%, 20대 남성은 50%를 끌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부장’에게 쏟아져야 하는 건 타당한 비판이지, 트집 잡기가 아니다. 오히려 ‘김부장’이 매끄럽게 다듬은 각색으로 원작의 의혹까지 뿌리친 선례가 될 수 있을지 시청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