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한 움직임과 과감한 슈팅, 그리고 폭발적인 스피드까지. 손흥민(30·토트넘)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영국 브렌트퍼드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퍼드와 2022~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리그 4위인 토트넘(승점 30)은 2경기 덜 치른 3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32)를 바투 추격했다.
가까스로 얻은 승점 1이었다. 토트넘은 초반부터 수비가 무너졌다. 전반 15분 브렌트퍼드에 역습을 내준 토트넘은 비탈리 야넬트에게 실점하며 끌려갔다. 후반에는 토트넘 센터백 에릭 다이어의 ‘호러쇼’가 나왔다. 수비 진영에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공을 잘못 걷어내 코너킥을 내줬고, 이는 실점의 빌미가 됐다. 후반 20분과 26분 해리 케인과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의 연속 득점으로 추격을 시작한 토트넘은 경기 종료 직전 맹공을 퍼부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날 손흥민은 케인, 데얀 쿨루셉스키와 손발을 맞췄다. 10월 29일 본머스와 14라운드 이후 첫 EPL 출전이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마친 후 치르는 첫 경기라 지칠 법도 했지만, 손흥민은 선발 출장해 풀타임 활약했다.
지난달 눈 주위 뼈 네 군데가 골절된 손흥민은 브렌트퍼드전에서도 검정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월드컵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섰지만, EPL에서는 첫선이었다. 브렌트퍼드전에서 쓴 마스크는 카타르 버전과 달리 흰색 7번(등번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불편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마스크 착용에 적응한 듯 보였다. 헤더를 주저하지 않았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빠른 발을 활용한 돌파가 살아났다. 손흥민은 공격 지역에서 과감한 드리블로 상대의 반칙을 끌어냈다. 전반 추가시간, 완급 조절을 통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둘을 허수아비로 만든 장면은 백미였다.
주 무기인 슈팅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손흥민이 브렌트퍼드를 상대로 때린 세 차례 슈팅이 모두 골대로 향했다. 그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유효 슛(3회)을 기록했다. 2-2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시간, 수비수 둘을 앞에 두고 아크 부근에서 때린 슈팅이 골문 구석으로 향했으나, 골키퍼에게 아쉽게 막혔다. 그의 슈팅 감각이 살아나고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평점 6을 건네며 “손흥민은 밝아 보였다. 두 차례 슈팅이 있었고, 마지막 찬스도 골키퍼에게 막혔다”고 평가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도 손흥민에게 평점 6.9를 부여했다.
손흥민은 이날도 긴 침묵을 깨지 못했다. 브렌트퍼드전을 포함해 토트넘에서 치른 공식전 7경기 무득점이다. 그래도 마스크 착용에 적응하면서 이전과 같은 과감한 돌파와 슈팅 등이 살아났다는 게 호재다.
마스크를 처음 썼을 때 손흥민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카타르에서 치른 축구대표팀 첫 훈련에서 그는 마스크를 쓰고 벗기를 반복했다. 당시 손흥민은 “(마스크가) 생각보다 엄청 편안해서 놀랐다. 얼굴 형태가 계속 달라져 맞추려고 하다 보니 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 손흥민의 활약은 미진했다.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살리지 못했다.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과감하게 돌파하는 장면도 많지 않았다. 특히 그가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의 부진을 겪자 선발 제외 주장까지 나왔다. 물론 포르투갈전에서 폭풍 질주로 황희찬(울버햄프턴)의 결승 골을 도왔지만, 전반적으로는 손흥민의 본래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
토트넘에 복귀한 손흥민은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최근 독감까지 앓았지만, 어느덧 회복해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다. 골만 없었을 뿐, 한창 좋을 때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다음 경기 득점까지 기대케 한 브렌트퍼드와의 복귀전이었다.
토트넘은 1월 1일 애스턴 빌라를 안방으로 초대해 EPL 18라운드를 치른다. 손흥민은 좋은 기억이 있는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리그 4호 골을 정조준한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가장 최근 맞대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이전 경기 어시스트까지 포함해 애스턴 빌라 상대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