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 고양 캐롯 감독이 지난 27일 소속팀 슈터 전성현(31·1m89㎝)을 칭찬하며 던진 한마디다. 농담이 섞였지만, 진담에 가까워 보였다.
그만큼 올 시즌 전성현의 플레이는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캐롯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전성현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전성현은 27일 안양 KGC전에서 기록을 쏟아냈다. 이날 23득점을 올린 그는 2002년 3월 서장훈 이후 20년 만에 9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올렸다. 3점 슛 5개를 성공시켜 66경기 연속 3점슛 성공을 이어갔는데, 이는 프로농구 역대 1위 기록이다.
슈터로서 전성현의 플레이는 종전 프로농구에서 같은 스타일을 찾기 어려울 만큼 독보적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 슛 거리가 길다는 점이다. 2009~10시즌 3점 라인이 6.75m로 50㎝ 멀어진 후 뛰어난 토종 3점 슈터를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전성현은 먼 거리에서도 정확하게 던진다. 상대 수비 때문에 슈팅 포즈를 가다듬거나 자리를 제대로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슈팅하는 메커니즘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성현은 자신의 마크맨이 3점 라인 앞에서 자리잡고 있을 때 더 멀리서 드리블을 하는 듯하다가 갑자기 던져 성공시킬 때가 많다. 스크린플레이도 영리하게 잘한다.
프로농구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문경은 한국프로농구연맹(KBL) 경기본부장은 전성현에 대해 “슈터로서 필수인 손끝 감각이 좋고, 여기에 슛 거리가 길다. 두 가지를 다 갖춘 게 최고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문 본부장은 “슈터는 슛 거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본인이 좋아하는 거리에서 정확히 던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거리에 상관없이 정확해야 상대가 슈팅 위치를 예측하기 어렵다. 전성현은 하프라인에서도 자기 슛을 정확하게 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전성현은 슈팅 위치도 가리지 않는다. 양쪽 사이드, 정면 어디서나 성공률 차이가 작다.
문 본부장은 “속공 상황에서 슈터가 빠른 타이밍에 슛했는데 그게 안 들어가면 나머지 동료 네 명, 감독까지 모두 화가 나지 않나. 지금처럼 전성현이 언제 던져도 좋다고 느낄 만큼 동료와 벤치의 신뢰를 다 얻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 느껴진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성현은 데뷔 시즌인 2013~14시즌 경기당 평균 3점 슛이 1.3개였다. 2016~17시즌 0.7개까지 줄어들었다가 이후 점점 늘려서 올 시즌 평균 4.1개(30일 현재 기록)의 3점을 꽂아 넣고 있다. 성공률은 44%다. 매 시즌 좋아지는 기록 추이가 눈에 띈다.
또 다른 레전드 슈터 출신인 김상식 KGC 감독 역시 전성현 칭찬에 혀를 내둘렀다. 김 감독은 “일단 타이밍이 예측 불가라서 막기가 힘들다. 슛 거리도 길다”면서 “우리 시대에는 이충희 선배가 슈터들의 롤모델이었는데, 전성현은 이충희 선배와 비교해도 모자란 부분이 없다”고 했다.
문경은 본부장은 “전성현에게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슈터는 팀 승리를 만드는 득점을 해야 완벽해진다는 것이다. 10점 뒤지고 있을 때 3점 몇 방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장면, 마지막 승리를 결정짓는 슛을 더 많이 보여주길 바란다. 올 시즌 전성현의 플레이를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성현은 31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10경기 연속 20득점 이상 기록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