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7)는 지난해 이맘때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 위즈로 이적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인정받는 그였지만, 이전 2년(2020~2021) 동안 부진한 탓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장타력 보강이 필요했던 KT는 비교적 합리적인 조건(기간 3년·총액 30억원)에 '전직' 홈런왕을 얻었다.
박병호는 KT와 계약 직후 "나를 믿고 기회를 준 팀에 보답하겠다. (2021년 통합 우승팀) KT의 2연패 도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당시 그의 재기를 긍정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지만, 박병호는 2022시즌 홈런 35개를 치며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에 오르는 반전을 보여줬다. KT의 선택도 맞아떨어졌다.
박병호는 지난해 연말 시상식 단상에 오를 때마다 팀 동료와 지도자를 언급했다. 빠르게 새 팀에 적응하고 좋은 성적까지 낼 수 있었던 공을 그들에게 돌렸다.
실제로 기술과 멘털 모두 도움을 받았다. 박병호는 "2022시즌 초반, 팀 성적이 하위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이강철 감독님과 김태균 수석코치님 모두 웃으면서 말 한마디라도 더 걸어주려고 하더라. '박병호는 20홈런만 쳐도 된다'는 말도 나에 대한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었다"고 했다.
시즌 초반 부진했을 때 "타격 준비 타이밍을 조금 빨리 해보자"는 타격 코치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뒤 반등했던 점을 돌아보며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타격 밸런스가 달라지면서 예상대로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지만 내가 부진할 때 다른 동료들이 잘 해줬고, 그사이 이상적인 타이밍을 찾으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어느새 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KT 야수들은 타선에서 홀로 분투하는 그에게 힘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경기장에 가장 먼저 출근해 훈련을 시작하는 박병호의 특유의 성실한 자세도 후배들에게 귀감을 샀다.
박병호는 "중요한 순간에 좋은 타격을 했던 경기가 꽤 많았다고 자부한다. 덕분에 나도 자신감을 되찾았고, 즐겁게 야구를 했다"면서도 "KT만의 문화가 있고, 그동안 팀을 이끌어온 기존 베테랑들도 존중하는 게 맞았다. 이적생이기 때문에 앞에 나서 동료들을 이끌려고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박병호가 생각하는 KT의 리더는 오직 주장 박경수 한 명뿐이다. 자신의 고교(성남고) 2년 선배이자, KT행을 고민할 때 적극적으로 추천했던 동료다.
박병호는 "지난해 (박)경수 형에게 정말 고마웠다. 편안한 마음으로 KT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이 도와줬다. 개인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모든 팀원을 두루 챙기며 주장 임무를 수행하더라.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T는 2022 정규시즌 4위에 올랐다.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승리(스코어 6-2) 승리하며 키움과 준플레이오프(PO)를 치렀지만,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탈락했다.
데뷔 첫 우승을 향한 박병호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키움과의 준PO에서 타율 0.526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던 그는 "포스트시즌 경기력은 결국 한 끗 차이다. 정규시즌에서 최대한 높은 순위에 올라야 한국시리즈(KS) 우승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2023시즌 목표는 당연히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KT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는 각오를 지키고 (박)경수 형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싶다"고 2023년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