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토드라마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금혼령’)이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을 통해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무엇보다 ‘금혼령’을 둘러싸고 왕과 그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의 갈등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는 것. 특히 양동근(조성균 역)과 박선영(서 씨 부인 역), 이현걸(세장 역), 황정민(원녀 역)까지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극의 풍성함을 더한다.
먼저 양동근과 박선영은 캐릭터 감정을 표현하는 특유의 날 선 눈빛 연기로 막강한 빌런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극 중 양동근은 병조판서 조성균을, 박선영은 예대감의 첩실 서 씨 부인으로 분한다. 두 사람은 흔들림 없는 눈빛과 표정, 목소리로 캐릭터가 가진 탐욕과 욕망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극을 극한으로 끌고 가고 있다.
조성균은 보쌈꾼 조직을, 서 씨 부인은 딸을 중전으로 만들고자 하는 어미들의 모임인 여원회를 꾸리고 합작해 왕 이헌(김영대 분)을 위협하며 극의 긴장감을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이들은 6회에서 차년(김민주 분)을 세자빈으로 분장시켜 나라 안팎을 혼란에 빠트리고, 소랑(박주현 분)을 신분의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김의준(이두석 분)을 통해 옥사에 가두고 고문을 자행했다.
더불어 조성균은 왕 이헌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이헌과 가까워진 나인인 소랑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고, 6회에서는 김의준과 차년의 죽음과 관련해 의금부 조사실에 끌려갔음에도 기죽은 모습은커녕 이헌과 이신원(김우석 분) 앞에서 “그래요. 열심히 해 보세요들”이라며 거드름을 피우기도.
서 씨 부인 또한 한 여인에게 여원회 가입을 권유하면서 “법위에 있으면 법이 나를 따르게 된다”고 말하는 등 드센 기세를 드러내는가 하면, 예현선이 살아 있다는 말을 듣자 눈빛이 돌변하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더했다.
양동근과 박선영이 왕에 대척하는 인물이었다면, 왕의 옹호 세력인 이현걸과 황정민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이현걸은 상선 내시 세장을, 황정민은 상궁 원녀로 변신해 극의 신 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다.
7년 동안 이어진 금혼령을 끊어내기 위해 쉼 없이 술책을 꾸미는 세장과 원녀의 행보에 시청자의 이목이 집중된다. 두 사람은 왕의 거사를 위해 비아거라(非我巨羅)를 준비하고 방중술을 보일 초란(박경리 분)을 데려왔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4회에서는 이헌과 소랑의 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세장이 원녀와 함께 합궁 계획을 세웠다.
계략을 세우던 중 세장은 “나도 사냅니다”고 글로 배운 합궁 전략을 주절주절 늘어놓았지만, 원녀는 코웃음 치며 “우선 본능에 충실해야지요”라며 유쾌한 입담을 선보여 안방에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세장은 4회 방송에서 소랑이 춘화집을 주자 거부했고, 그 이유에 대해 “그건 굳이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고 이야기했다. 원녀는 갑작스럽게 궁에 들어온 소랑을 엄하게 대하면서도 이내 그의 사랑스러움에 동화돼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귀여운 매력을 드러내기도.
이처럼 이현걸과 황정민은 왕 이헌을 위해 헌신하는 진중한 모습뿐 아니라 코믹 케미스트리를 선보이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