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는 얼굴이 있다. 사랑에 푹 빠진 달뜬 뺨, 무엇이라도 되고 싶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불안, 미숙함이 만들어내는 실수와 그것을 딛고 성장해가는 단단한 눈빛.
청춘들의 뜨거운 열정과 치열한 생존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패뷸러스’에서 지우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최민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열정 빼면 시체라 할 정도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내에서도 알아주는 ‘열정맨’으로 불리는 최민호가 이 작품에서 연기한 지우민은 열정 빼고 다 가진 남자다. 30대 첫 로맨스에 자신과 전혀 다른 성향의 캐릭터까지. ‘더 패뷸러스’는 그래서 최민호에게 더 의미가 깊다.
“사실 대본을 읽으면서 ‘나랑 완전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지우민에 대한 설명이 ‘열정 빼곤 모든 걸 다 갖췄다’고 돼 있었는데, 진짜 저랑 반대더라고요. 처음에는 쉽게 접근했어요. ‘나랑 반대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되겠다’ 하고요.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우민이는 그냥 열정이 없고, 하고 싶은 게 없는 친구가 아니에요. 자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 우민이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외모, 패션 감각, 능력까지 모두 갖췄건만 ‘더 패뷸러스’ 속 지우민은 왠지 어딘가 덜 채워진 느낌이다. 단순히 ‘열정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일도 사랑도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렵기에 겪게 되는 혼란. 최민호는 “내가 봤을 때도 우민이에겐 답답한 면이 있다”면서도 “그게 청춘의 단면 아닌가 싶다. 어릴 때는 잘 못 느꼈던 것들을 크면서 알게 되고, 그러면서 발전하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키게 되지 않나. ‘더 패뷸러스’에서 우민이가 그런 것들을 잘 보여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더 패뷸러스’에서 지우민과 표지은(채수빈 분)은 이미 사랑했다 헤어진 사이다.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마음을 부여잡고 살던 둘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재회에 성공하게 된다. 최민호는 전에는 그런 만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이젠 그 생각에 다소 변화가 생겼음을 인정했다. “미련이 남아 있는 상태라면 주변 친구들의 도움이 고마울 것 같다”는 것을 ‘더 패뷸러스’를 찍으며 알게 됐다고 했다.
사랑이 극을 이끄는 줄기다 보니 채수빈과 호흡도 중요했다. ‘더 패뷸러스’에서 최민호는 데뷔 이래 가장 진한 키스신을 소화하기도 했다. “팬들 반응이 걱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팬들은 도리어 걱정 안 했다. 이해해주실 것 같았다”면서 “그보다 우리 엄마가 아들의 수위 높은 키스신을 이해해줄 수 있을지가 걱정됐다”며 웃음을 보였다.
“다행인지(?) 엄마가 넷플릭스 구독을 안 하고 계세요. 무슨 장면을 찍었는지는 대충 아시는데, 아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잖아요.(웃음) 엄마가 ‘이모들한테 다 들었다. 빨리 보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저한테 말씀하시고 형한테도 하시는데, 그냥 둘이 서로 미루고 있는 그런 상태예요.”
이런 걱정에도 최민호가 ‘더 패뷸러스’를 선택한 건 이 작품이 자신도 걷고 있는 청춘의 어떤 시기를 포착하고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대에 접어들어 처음으로 찍은 로맨스라는 점에서도 욕심이 났다. 최민호는 “로맨스 작품이라는 것도 좋았고 청춘의 희망 스토리라는 점에서도 큰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서른살이 된 후의 첫 번째 로맨스예요. 사실 서른살이 된 이후에 제가 로맨스 연기를 하는 것을 조금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더 패뷸러스’를 통해서 제가 드러내고 싶었던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그런 면들이 작품에 잘 담겼다고 생각하고요. 예를 들어 여자 주인공을 사랑하는 그런 남자의 얼굴 같은 것들 말이에요. 입대 전에는 장르물에 많이 출연했었잖아요. 그때와 다른 면모를 대중 앞에 공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보여주고 싶었던 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품에 담긴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연인과 하는 로맨스물이었기 때문에 케미적인 부분도 중요했는데, 그 점도 잘 살았다고 본다. 이 정도 역량을 가지고 극을 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고, 그 부분이 시청자분들께 잘 전달이 됐길 바란다”는 답이 돌아왔다.
10대에 아이돌 그룹 샤이니로 데뷔해 다이내믹했던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든 최민호. “하루라도 쉬면 불안했다”고 할 정도로 숨 가쁘게 달려오며 많은 활약을 전개했지만, 그는 여전히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열정도 한가득이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완급 조절’을 생각하는 시점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활동을 잠시 멈추고 군대에서 보냈던 2년여의 시간은 인간 최민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18살에 데뷔해서 29살까지 정말 쉬지 않고 달렸어요. 그러다 군대에 가서 서른을 맞이했는데 기분이 남다르더라고요. 군대에서 복무하는 기간이 제게는 저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시간이 됐어요. 부대에는 단 한 명도 제가 아는 사람이 없었고, 연예계와 관련된 사람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외딴섬, 무인도 같은 데 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런 것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극복하고 발전하는 정도가 다를 것 같았어요. 저는 그 시절을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서 보냈거든요. 나름대로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전역을 한 케이스죠.”
그렇다면 그 시기를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최민호는 ‘여유’를 꼽았다. 바쁜 스케줄은 “여전히 바쁘다”는 안도감을 주는 한편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최민호는 이제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분명한 발걸음을 내디딜 생각이다.
“앞만 보고 달려야 잘가는 거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어릴 때죠.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 일을 멈추고 보니 너무 달리기만 했던 20대 때의 제가 보이더라고요 30대 때는 더욱 여유를 가지고 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중하게 생각하고, 진짜 저 자신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이 하는 일로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마음도 여전하다. 대중과 호흡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대중예술인으로서 최민호가 갖고 있는 나름의 사명감이자 소신이다. 착하지 않은데 착한 척 하는 것은 싫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좋은 영향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중 매체를 통해 얼굴을 보여드리는 사람이잖아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제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늘 노력해요. 그게 제가 대중예술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소신 가운데 하나예요. 제가 이렇게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늘 느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긍정적이고 좋은 면모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게 제 목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