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공격수에서 살림꾼으로 변신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코트를 밟은 송명근(30·OK금융그룹)이 새로운 배구를 시작했다.
송명근은 지난 1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KB손보)과의 4라운드 홈 경기에 출전, 13득점·공격 성공률 57.89%를 기록하며 소속팀 OK금융그룹의 세트 스코어 3-1 완승을 이끌었다.
벤치에서 대기하던 그는 1세트 후반 교체 투입됐다. 스코어 22-17로 앞선 상황에서 KB손보 한국민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해내며 OK금융그룹이 승기를 잡는 데 기여했다. 2세트도 8-9에서 코트에 나선 뒤 백어택 득점과 블로킹을 해내며 공격에 기여했다. 세트 시작부터 나선 4세트는 팀 내 최다인 7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 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송명근은 주전(선발)으로 뛰어야 하는 실력을 갖춘 선수지만, 팀이 흔들렸을 때 투입되면 바로 분위기를 바꿔줄 수 있는 역량도 갖추고 있어서 (세트) 후반 내세웠다. 상대 서브가 그에게 집중되는 것도 고려했다. KB손보전에서 제 역할을 잘해줬다"고 평가했다.
송명근은 군 복무(상근 예비역)를 마치고 막 복귀한 선수다. 입대 전 OK금융그룹의 에이스이자 공격에 특화된 아포짓 스파이커를 맡았지만, 현재 같은 포지션에 V리그 역대급 공격수 레오가 있다. 게다가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차지환의 공격력이 좋아지면서 송명근이 서브 리시브에 가담하게 됐다.
앞선 두 경기에선 아직 새 임무가 익숙하지 않은 송명근을 향해 상대 팀 서버들의 목적타(특정 선수를 향해 보내는 서브)가 쏟아졌다. 이에 석진욱 감독은 KB손보전에서 송명근을 조커로 활용했다. 그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효과적인 팀 운영을 위해서다. 송명근은 이 경기에서 공격뿐 아니라 리시브 효율 50%를 기록하며 수비도 잘했다.
송명근은 "감독님께서 제가 코트에 서면 상대가 서브를 많이 때릴 테니까 리시브를 잘해달라고 하신다. 아직 (공을) 받고, 때리는 역할이 익숙하지 않다. 리듬이 한 번 깨지면 다시 찾기 힘든 부분도 있다. 리시브를 하지 않았던 때가 정말 편했던 것이다. 팀 시스템상 이제 내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겨내겠다.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명근은 2021년 2월 학폭(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는 관련 사실은 인정했고, 바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꾸준히 용서를 구했다. 남은 시즌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뒤 군 복무를 시작한 그는 이 기간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군 복무를 마친 송명근은 2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그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최근 OK금융그룹 소속 조재성이 병역 비리에 연루되며 다시 한번 배구 팬에게 피로감을 준 상황이다.
팀과 자신 모두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받을 게 분명하다. 송명근은 이제 젊은 에이스가 아닌 팀에 헌신하는 마당쇠로 코트를 누비고 있다. 그가 배구 선수로서, 또 개인으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