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40·KIA 타이거즈)는 KBO리그 최초로 몸값 100억원 시대를 연 선수다. 그는 5년(2011~2015시즌)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 왕조의 4번 타자였고, 2016시즌 타격왕(0.376)에 오르며 주가를 더 높였다. 이어진 스토브리그에서 KIA와의 빅딜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최형우는 모범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2017시즌 KIA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우리 나이로 서른여덟 살이었던 2020시즌 다시 타격왕(0.354)에 올랐다. 2021시즌을 앞두고 KIA와 3년 재계약(총액 47억원)까지 했다.
그런 최형우도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 시즌(2022) 전반기, 타율 0.227에 그치며 부진했다. 최형우의 머릿속에는 데뷔 처음으로 '은퇴'라는 단어가 새겨졌다. 당시 그는 "2021시즌도 부진한 탓에 겨우내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무력했다. 시즌 전 예측한 성적이 그토록 크게 벗어난 적이 없었고, 내 기량이 이제 떨어졌다는 것 인정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최형우는 후반기에 반등했다. 팀 순위 경쟁에 중요한 경기마다 클러치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후반기 타율 0.314, 타점 34개를 기록했다. 나성범에 이어 모두 팀 내 2위 기록이었다. KIA는 정규시즌 5위에 오르며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재도약 발판을 만들었다.
올해 최형우는 마흔한 살이다. KIA와 3년 계약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기량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선수 생활 연장과 은퇴라는 갈림길에 있다. 야구팬은 지난해 마흔한 살 이대호가 타율 0.331(4위)를 기록하며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투혼의 레이스를 확인했다. 올해는 최형우에게 시선이 모인다.
최형우는 1년 선배 이대호의 피날레를 돌아보며 "마지막 시즌까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며 박수를 받으며 퇴장한 (이)대호 형의 모습에 감격했다"면서도 "나는 그런 뒷모습을 쫓진 않는다. 상황도 마음가짐도 다르다"고 했다.
최형우는 "나는 대호 형처럼 멋있게 은퇴를 예고하고, 빼어난 기록을 내며 마지막을 장식하긴 어려울 것 같다. 현실적으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올해 내 가장 큰 목표는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나이 핑계는 대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을 쏟아내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최형우는 이어 "그라운드를 지킬 기량이 안 된다면 미련 없이 은퇴할 것이고, 작은 가능성이라도 확인한다면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 구단과 잘 얘기할 것이다. 물론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우는 현재 자신의 기량과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 전성기처럼 3할대 중반 타율, 30홈런을 치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선전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이대호가 지난 시즌 보여준 모습을 가슴에 새기고, 마흔한 살에도 팀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최형우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통산 타점 1461개를 기록했고, 38개를 더하면 현재 이 부분 1위(1498개)인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선다.
그토록 염원했던 기록. 이마저도 올해는 초연하다. 최형우는 "솔직히 지난 시즌 넘어섰어야 했다. 그래서 기록을 언급하기 민망하다. 다치지 않으면 해낼 수 있는 기록이다. 팀에 도움되는 타점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리그 최초의 '100억원 사나이'였던 최형우는 더는 최고의 타자를 노리지 않는다. 2023시즌이 끝나면 자신과 팀 그리고 팬이 납득하는 길을 갈 생각이다. 최형우는 "이젠 개인 기록보다 팀이 꾸준히 상위권에 있는 전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PS 경험은 야구선수에게 큰 자산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올해도 가을야구에 나가면 젊은 선수들이 크게 도약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18일 소속팀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 투산으로 떠났다. 현지 적응을 위해 일찌감치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