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0승 26패로 순위표 가장 아래 있다. 1월 30일 고양 캐롯 원정에서도 패하며 13연패에 빠졌다. 다음 경기인 2일 수원 KT전에서도 지면 구단 최다 연패 기록(14연패)을 한번 더 쓰게 된다.
캐롯전에서는 삼성의 약점이 또 한번 고스란히 나왔다. 승부처에서 약한 것이다.
이 경기에서 삼성은 큰 점수차로 끌려가지 않고 계속 엎치락뒤치락 추격전을 했다. 4쿼터 종료 1분여 전까지도 64-67로 역전 기회가 있었다.
승부처에서 약했던 건 베테랑의 부진이 컸다. 가드 김시래는 64-67에서 자유투 두 개를 얻고도 한 개만 성공시켰다. 김시래는 16분을 뛰고 3점을 기록했다.
더 심각한 건 주포 이정현의 부진이었다. 이정현은 캐롯 수비에 막혀 32분간 6점에 그쳤다. 2~4쿼터 무득점이다. 야투성공률 20%, 3점 슛은 5개를 던져 한 개도 넣지 못했다.
베테랑의 동반 부진에 유망주의 성장도 더디다. 기대를 걸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한 경기를 책임질 만큼의 무게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차민석, 2021년 1순위 이원석 등 ‘전체 1번’을 연이어 뽑았다.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미완의 대기다. 이동엽, 이호현, 장민국 등 최근 삼성이 선발했던 선수 중에 한 경기 평균득점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기록을 책임져 줄 수 있는 이가 없다.
은희석 삼성 감독은 연패가 이어질 때 “팀의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연패 중에 그런 문제가 계속나온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눈치를 보고 미룬다”고 선수들에게 직접 분통을 터뜨린 적도 있다.
삼성은 최근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까지 뒀지만 통하지 않고 있다.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팀 컬러가 부족한 게 표면적인 이유라면, 지금까지 팀을 구성해온 히스토리에서 좋은 선수 수급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게 더 본질적인 이유다.
삼성은 2000년대를 호령하던 강팀이었다. 모기업의 지원이 넉넉해 특급 선수와 특급 외국인 선수를 모을 수 있었다. 2000~01시즌 우승한 삼성은 2010~11시즌까지 우승을 한 번 더 했고, 준우승을 두 차례 했다. 이 기간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못 올라간 시즌이 없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모기업 지원이 줄어들고, 프로농구연맹(KBL) 규정상 대형 FA(자유계약선수)가 팀을 이동하기 어려워졌다. FA를 영입해도 이미 기량이 정점을 지난 선수를 적은 후보 풀 중에 급히 골라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영입 자금 싸움에서 이길 힘도 없어졌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한 선수 선발에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게 사실이지만, 팀에 꼭 맞는 선수를 선발해서 잘 키워내는 부분 역시 부족했다. 팀 성적 부진이 길어지는데 특급 선수 수급을 전혀 못하는 부분은 100% 운이 나빴다고 설명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시즌이 중도 마무리된 2019~20시즌을 제외해도 삼성은 최근 네 시즌간 플레이오프에 가지 못했다. 올해도 플레이오프 티켓이 멀어 보인다. 이제 완전한 언더독이 된 팀의 체질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