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 프로농구 서울SK와 창원LG의 경기가 1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임동섭이 3점슛을 성공하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2.01/
창원 LG 세이커스에 둥지를 튼 임동섭(33·1m98cm)이 다시금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지난 1일 LG와 서울 SK 나이츠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SK는 지난달 안방에서 당한 LG전 대패(61-85)를 갚으려는 의지가 강했다. SK는 자밀 워니를 앞세워 LG 골 밑을 장악, 1쿼터부터 점수 차를 벌렸다. 전반 종료 때만 해도 SK가 40-33으로 경기를 리드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분위기가 LG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LG는 2쿼터 종료 직전 이관희가 버저비터 외곽포를 터뜨린 후 시계 세레머니를 선보이며 기세를 올렸다. 후반 시작부터 LG 농구는 흥이 올랐다.
주인공은 임동섭이었다. 그는 이날 30분을 소화하며 11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LG 유니폼을 입은 후 그가 기록한 첫 두 자릿수 득점. 무엇보다 임동섭은 승부처에서 빛났다. 49-42 SK의 리드 상황에서 그의 외곽포가 림을 갈랐다. 이규섭 SPOTV 해설위원은 “임동섭의 3점슛이 나오면서 SK가 (작전) 타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아웃 넘버 상황에서 임동섭이 3점을 넣어준 건 조상현 감독이 원했던 것”이라며 칭찬했다.
4쿼터 들어 맹추격을 시작한 LG는 경기 종료 15초 전, 72-69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잡고 있었다. 이때 임동섭은 침착하게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성공하며 팀의 75-72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관희는 3점슛 3개를 터뜨린 임동섭을 두고 “SK전 수훈 선수다. 승리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며 엄지를 세웠다. 모처럼 코트에서 제 기량을 뽐낸 임동섭은 표정이 한결 밝았다. 그는 “이렇게 길게 뛴 게 오랜만이다. 이 경기뿐만 아니라 트레이드 자체가 터닝포인트였다”며 웃었다. 창원 LG 이적 후 첫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임동섭. 그는 서울 SK전 대역전극을 이끌었다.(사진=KBL)
임동섭은 고교(홍대부고), 대학(중앙대)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후 2012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서울 삼성에 입단했다. 2015~16시즌, 2016~1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등 수월히 프로 무대에 적응했다.
그러나 2019년 상무 전역 후 삼성에 복귀한 뒤 부상과 부진이 겹쳤다. 올 시즌에도 평균 4.2득점에 그쳤고, 수비력에서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결국 최하위인 삼성은 수비력이 좋은 최승욱을 품기 위해 임동섭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임동섭은 “프로선수라면 팀과 감독님이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을 소화해야 한다. (삼성에서는) 내가 못 했다”고 돌아봤다. LG 이적 후 수비보다는 외곽포에 집중할 수 있어 경기력이 좋아지는 데 영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그가 꼽은 경기력 향상의 배경은 ‘자신감’이었다. 기나긴 부진에 자신감이 떨어진 임동섭에게 조상현 LG 감독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조 감독과 1대1 면담은 임동섭이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
임동섭은 “(부진은) 자신감의 문제였던 것 같다”며 “감독님이 미팅에서 자신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내가 슛을) 안 쏘면 팀원들이 화를 내면서 쏘라고 하기도 해서 더 자신이 붙었다”고 밝혔다.
“이번 트레이드가 내게 행운”이라고 표현한 임동섭은 LG에서 재기를 꿈꾼다. 그는 “이런 분위기를 몇 년 만에 느껴보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세레머니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LG가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