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장 노태문 MX(모바일 경험)사업부장(사장)이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원가 절감' 전략을 버리고 프리미엄 브랜드 위상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성능 강제 저하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던 전작의 아픔을 딛고 글로벌 리더 지위를 다시금 가져가기 위해서다. 역대급 사양과 차별화한 디자인의 '갤럭시S23'(이하 갤S23) 시리즈를 앞세워 쪼그라든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스펙·가격 다 올린 갤S23
노태문 사장은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능과 품질 면에서 최고 중의 최고라는 확신을 드릴 수 있는 제품"이라며 흥행을 자신했다.
새로운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카메라와 AP(중앙처리장치)다. 큰 변화가 없었던 전작과 달리 최상위 울트라 모델에 2억 화소 이미지센서를 달았다. 또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가 있었던 자사 AP를 병행 채택하지 않고 미국 퀄컴의 부품을 100% 탑재하는 데 더해 갤럭시 전용으로 최적화했다.
대신 가격을 10% 이상 인상했다. 256GB 저장소 기준 갤S23 일반·플러스 모델은 전작과 비교해 15만원 이상 올랐다. 울트라도 512GB 모델은 17만원가량 비싸졌다. 작년 하반기 선보인 4세대 갤럭시 폴더블폰의 가격을 대내외 변수에도 유지했던 것과 상반된다.
노태문 사장은 "가격 결정은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있었고 무엇보다 환율의 변동이라고 하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제값을 받고 최신 부품을 적극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태문 사장은 스마트폰 사업 운전대를 잡은 뒤 플래그십 S 시리즈의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 2021년 내놓은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일반 모델의 가격을 과감하게 100만원 미만으로 맞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한 비용 효율화로 아쉬움을 샀다.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연산 속도에 영향을 주는 메모리 용량을 낮췄다.
소비자 불만은 지난해 '갤럭시S22' 시리즈의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사태'로 극에 달했다. 소프트웨어로 게임 플레이 환경을 강제 하향 조정한 것이 문제가 됐다. 열을 식히는 부품인 베이퍼 챔버를 원가를 줄이기 위해 충분히 크기를 키우지 않거나 일반 모델에서 빼 비판을 받았다.
GOS 낙인 지울까
이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더욱 커진 베이퍼 챔버를 탑재해 장시간 게임에 몰입해도 보다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홍보했다. 언팩 영상에는 유명 프로게이머인 T1 소속 '페이커' 이상혁을 등장시켜 실감 나는 게임 환경을 자랑하기도 했다.
갤S23 시리즈는 3개 제품 모두에 베이퍼 챔버를 넣고 면적도 넓혀 발열이 훨씬 수월해졌다.
가격 대신 젊은 고객에게 어필하는 또 다른 무기는 디자인이다. 카메라 섬을 없애고 후면에 이미지센서만 나란히 배치해 간결한 뒤태를 완성했다. 플립형 폴더블폰에서 인기를 얻은 크림 색상도 옵션에 넣었다.
노태문 사장은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전작 대비 10% 이상이라는 공격적인 판매 목표치를 설정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보다 2% 상승한 12억6000만대 규모로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노태문 사장은 "울트라가 전체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시리즈를 견인할 것"이라며 "글로벌 이동통신사와 대형 유통, 리테일 등 거래처의 초기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