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영상 콘텐츠에는 짧은 장면일지라도 그 안에 의미심장한 장치가 보석처럼 숨어 있습니다.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이런 재미를 찾아보는 것이 바로 영상 콘텐츠의 매력입니다. 1초 만에 지나간 그 장면 속 의미를 짚어보고 깊이 있게 맛볼 수 있도록 ‘1초의 미장센’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잘 짜여진 몸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근육에 혈류가 몰리며 부풀어 오르고, 동맥이 바짝 긴장한 듯 피부 아래서 솟아오른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육체가 가진 이미지를 통해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된다. 전국에서 막강한 신체를 보유한 100명을 선정해 ‘최고의 몸’을 가진 단 한 명이 살아남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피지컬: 100’의 얘기다.
기존 예능과 ‘피지컬: 100’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면 안을 가득 채우는 ‘설명형 자막’이 없다는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스티커 이미지나, 화면 아래를 가득 채우는 문자를 모두 삭제해 한국 문화를 잘 모르는 해외 시청자들도 별도의 ‘공부’ 없이 화면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 결과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 공식 통계에서 TV쇼 부문 2위(비영어권)를 차지해 K예능계의 새 역사를 썼다.
배경지식 없이 오로지 이미지만으로 ‘피지컬: 100’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연출자인 장호기 PD는 특수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썼다.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쓰이는 초음속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해 퀘스트에 임하는 참가자들의 육체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씨름장 모래판에서 벌어지는 1대1 데스매치는 특수카메라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참가자들은 1대1로 모래판 위에서 공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맞붙는데, 별다른 장치 없이 오로지 ‘힘’으로 승부하는 구조이기에 자칫하면 지루해 보일 위험이 있다.
하지만 ‘피지컬: 100’에서는 거의 모든 각도에서 특수 카메라를 활용해 참가자의 표정과 근육의 움직임을 세세히 담았다. 같은 장면을 반복하더라도 여러 각도에서 특수 카메라로 촬영한 참가자의 모습을 촬영해 ‘몸’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두 사람의 팽팽한 승부에서 벌어지는 서사에 따라, 화면에 담기는 출연자의 크기도 달라지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전체적인 현장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서 카메라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전체 촬영 세트를 화면에 담았다가, 두 사람이 견제하기 시작하면 좀 더 가까이 다가선다. 결정적으로 육체가 맞붙은 순간에는 더 가까이 출연자에 접근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충돌을 잘 담아냈다.
사진=넷플릭스
패배자가 ‘토르소’를 깨는 장면도 초음속 카메라가 적극적으로 쓰였다. ‘피지컬: 100’을 연출한 장호기 PD는 “토르소를 깨는 장면은 공을 가장 많이 들인 부분”이라며 “탈락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데, 통렬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참가자들의 가장 소중한 ‘몸’을 빼앗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출연자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깨는 장면은 더 느린 템포로 장면이 흐르면서, 출연자의 감정을 자막이 아닌 그림으로 표현된다.
사진=넷플릭스
그렇게 설명이 필요 없는 ‘피지컬: 100’이 탄생했다. 가장 최고의 피지컬을 가진 최후의 1인은 누가 남게될까. 각본 없는 드라마의 결말이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