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는 지난해 KBO리그 도루왕이다. 42개를 기록, 34개에 그친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따돌리며 2019년에 이어 3년 만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 도루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대도' 중 하나지만 아이러니하게 도루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1등을 하기 위해 무리해서 뛰는 것보다 중요한 순간마다 20~30개 정도 해줄 수 있는 선수로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와 도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스스로 "도루 못 하면 선수를 못한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선 포커스를 다른 쪽에 맞췄다. 바로 '스트렝스(힘·근력)'다. 도루와는 약간 거리가 먼 훈련 방법이지만 박찬호는 "지금 당장 스스로를 평가했을 때 남들보다 떨어지고 가장 보완해야 할 부분이 스트렝스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위한 것"이라며 "스트렝스를 하면 (타구에) 힘을 더 실어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중간과 좌중간을 뚫을 수 있는 타구를 보내기 위해서 신경 쓰고 있다. 파트 코치님들이랑 운동 방향성에 대해 많은 얘길 했다"고 고민의 흔적을 내비쳤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리는 구단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박찬호. KIA 타이거즈 제공
현재 박찬호는 훈련 대부분의 시간을 스트렝스에 할애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할 정도로 깊게 빠져 있다. 때로는 장점(도루)을 강화하는 게 더 쉬운 방법일 수 있지만, 그의 선택은 약점(타석 생산성) 보완이다. 그래서 더 어렵고 악착같이 한다. 박찬호는 "(이전과 비교했을 때 타격 성적이) 좋아졌다고 해도 내 기록이 평균적으로 좋은 기록이 아니다"라며 "더 좋은 생산성을 위해서 (변화를 시도하는 게) 필수적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격 메커니즘을 바꾸는 건 아니다. 똑같이 타격하더라도 힘이 100 있을 때 80 사용하는 거랑 120 있을 때 80 쓰는 게 다르지 않나. (큰 차이가 아니더라도) 1~2㎞/라도 빠른 타구가 나올 수 있게 스트렝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를 향한 평가는 매년 향상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더 성장해) 유격수 하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현재 내 위치를 인정한다"며 "작년에도 물어봐도 골든글러브 얘길 못했다. 혼자만의 목표가 골든글러브였는데 올해는 '목표가 골든글러브'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거 같다"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이어 "감독님이 주문하는 (기본이 되는) 수비를 하기 위해서 수비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