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인 이정후의 모습. 키움 히어로즈 제공
'코리안 특급' 박찬호 야구 해설위원은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를 보면서 스즈키 이치로(50)를 떠올렸다. 이치로는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타자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3089안타를 기록한 레전드다.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특별 고문으로 활동 중인 박찬호 위원은 14일(한국시간) 키움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취재진을 만나 "샌디에이고에서 나한테 이정후가 어떤지 제일 먼저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날 박찬호 위원은 홍원기 키움 감독의 요청을 받아 장재영과 안우진을 비롯한 키움 젊은 투수들을 지도했다. 박찬호 위원과 홍원기 감독은 공주중과 공주고를 함께 나온 막역한 친구 사이. 홍 감독은 공주고를 졸업한 후 고려대로 진학, 이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두산 베어스와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히어로즈에서 코치와 감독을 지냈다. 박찬호 위원은 한양대로 진학, 졸업하기 전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MLB 진출해 통산 한국인 최다 124승(98패)을 기록한 후 오릭스 버펄로스와 한화를 거쳐 2012년 은퇴했다. 박 위원은 "끌려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공교롭게도 전날 NC 다이노스 캠프지를 찾은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오클랜드 구단과 (MLB) 계약하기 전 샌디에이고 구단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구단 관계자가 이정후(키움)에 관해 물어봤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샌디에이고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찬호 위원은 이정후를 향한 구단의 관심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정후와 관련한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전했다. 박찬호 위원은 "이승엽 두산 감독이나 홍원기 감독처럼 이정후를 계속 지켜본 사람들에게 불어보면 '특별한 선수'라고 얘길 한다. 이정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잘하기 위해 (구단 캠프에 앞서) 미국 LA에서 개인 캠프를 했다. 그걸 도와주는 친구가 최원재 코치인데 평상시 대화를 해보면 '다르다'는 얘길 하더라"며 "잘하는 선수에게 또 다른 정보를 주면 그걸 듣지 않는다. 하지만 이정후는 트라이(시도)한다. MLB에는 빠른 공이 워낙 많으니까 이 부분을 컨트롤하기 위해 (타격 폼을) 바꾼다고 하더라. 그걸 굉장히 리스펙(존경)한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인 스즈키 이치로. 게티이미지
이정후는 올겨울 타격 폼을 미세 조정하고 있다. 시즌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빅리그 문을 노크할 계획인데 MLB 투수의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는 간결한 타격 자세를 찾고 있다. 박찬호는 "이 부분이 이치로와 비슷하다. 이치로는 일본에 있으면서 미리 공부하고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 (MLB에 와서는 훈련 때) 번트하고 밀어치는 거만 했다. 다른 팀 스카우트가 볼 때 발 빠른 1번 타자 정도라고 생각했을 거다. (MLB 구단에 어필하려면) 멀리 치는 걸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2스트라이크가 되면 (빠른 공을) 밀어쳐야 하니까 (치고 싶은 마음을) 참고 그것만 했다. 목표가 있으면 (이치로처럼) 계획을 철저하게 지키는 선수가 성공하는데 (이정후는) 그런 걸 아버지(이종범 코치)한테 배워서 훈련 방식이나 판단을 가진 선수가 아닌가 싶다"고 호평했다.
박찬호 위원은 '타자 이정후'를 평가하는 걸 주저했다. 그는 "기술적인 건 스카우트에서 정보를 줄 거다. 내가 (이정후를 상대로) 직접 던져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인간 이정후'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위원은 "5년 전 박찬호 장학금을 받고 성장한 선수가 37명 있었다. 내겐 보물처럼 느껴지는, 보람 있는 일이다. 많은 장학생 중 우리 재단에 기부한 유일한 야구선수가 이정후"라며 "이정후가 그렇게 한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 아버지의 조언이 이정후를 더 특별한 선수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다. 샌디에이고 구단에 그런 면을 이야기 많이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