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은퇴를 선언한 에릭 테임즈(37)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NC 다이노스에서 3년(2014~2016시즌) 동안 남긴 임팩트는 타이론 우즈, 호세 펠릭스 등 제도 도입 초창기 대표 선수들을 지울 만큼 강했다.
그가 좋은 대우(1600만 달러)를 받으며 메이저리그(MLB)에 재진출, 역수출 대표 사례로 남은 건도 한국 야구팬에 자부심이다. 테임즈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내가 한 나라와 이렇게 빠르게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다. KBO리그에서 경기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지도 몰랐다. 자주 한국을 방문하겠다. 나를 보면 주저하지 말고 인사해 달라"라는 인사를 전했다.
테임즈의 은퇴로 그가 남긴 역대급 퍼포먼스도 재조명받고 있다. 그는 KBO리그 최초이자 아직도 유일한 기록을 두 가지나 갖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퍼포먼스도 독보적이었다.
테임즈는 2015년 4월 9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역대 17호이자, 2001년 마르티네스(당시 삼성 라이온즈)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외국인 선수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첫 타석 우전 2루타를 시작으로 단타·홈런·3루타를 차례로 쳤다.
이날, 잠실구장에서는 두산 베어스 투수였던 유네스키 마야가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테임즈의 대기록도 관심이 분산됐다. 하지만 불과 넉 달이 지난 8월 11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현재 키움)전에서 테임즈는 다시 한번 사이클링 히트를 해냈다. 네 타석 만에 안타·홈런·3루타·2루타를 차례로 기록했다.
1982년 리그 출범 이후 이 기록을 두 번 해낸 선수는 양준혁(1996·2003년, 은퇴)이 유일했다. 테임즈는 2호. 하지만 단일시즌에 사이클링 히트를 두 번이나 해낸 선수는 테임즈가 처음이었다. 이후 2022시즌까지 11번 더 이 기록이 나왔지만, 모두 다른 선수가 해냈다. 테임즈는 시즌 99번째 출전이었던 이날 100타점과 100득점도 돌파하며, 이승엽(현 두산 감독)이 갖고 있던 최소경기(종전 104경기) 100타점-100득점도 깨뜨렸다.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 가입도 테임즈가 해냈다. 폭풍 같이 몰아치고 달렸던 2015년이었다. 정규시즌 세 경기를 남겨두고 나선 10월 2일 문학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에서 대기록까지 1개 부족했던 도루를 채웠다. 이미 홈런은 47개를 마크한 상황. 그는 NC가 4-0으로 앞선 3회 초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베이스를 들고 기쁨을 만끽했다.
역대급 시즌을 보낸 테임즈는 타율 0.381·47홈런·140타점·130득점을 기록하며 2015 정규시즌을 마쳤다. 최우수선수(MVP)도 그가 차지했다.
테임즈가 남긴 세 번째 대표 명장면은 그가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나왔다. MLB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으로 2017시즌을 뛴 그는 10월 17일 열린 KBO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이 열린 잠실 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한 친정팀 NC를 응원하기 위해 찾은 것. 그는 이날 크레인에 올라 NC 깃발을 흔들며 원정 응원석을 열광시켰다. '전' 외국인 선수가 응원 단장 역할을 한 건 테임즈가 유일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한 획을 남기고,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테임즈. 선수 생활 마지막을 전하며, 한국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