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게 엄마 말, 아빠 말 들으라고 했잖아.”
평소엔 이것만큼 듣기 싫은 말이 없는데 막상 안좋은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기도 하다. 전국 공통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 단말마의 비명 “엄마!(혹은 아빠)”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보면 어쩔 수 없이 그 말이 또 생각난다. 스마트폰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토대로 그것이 얼마나 우리 삶에 밀접하게 스며 들어 있는지, 누군가 악의를 가지면 얼마나 쉽게 타인의 삶을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 영화는 어떤 관점에서는 ‘아버지의 영화’ 같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아버지는 연락이 끊긴 아들을 쫓는 형사 지만(김희원). 오래 전 연락이 두절된 아들의 흔적을 범죄 현장에서 발견한 지만은 자신의 아들이 끔찍한 살인사건에 연루됐음을 직감하고 수사를 이어나간다. 자신의 아들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증거들. 형사이지만 또한 아빠인 지만의 복잡한 심경이 시작부터 강렬하게 보는 이들을 몰입시킨다.
또 한 명 무서운 직감을 보여주는 아빠가 있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이유만으로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타깃이 된 나미의 친부(박호산)다. 그는 어느 날부터 자신의 딸 곁을 맴도는 것 같은 준영(임시완)으로부터 이상한 기운을 느끼곤 나미에게 이를 경고하려 한다. 다만 자식들이 대개 그렇듯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속 나미도 아빠의 이런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들을뿐.
부모의 께름칙한 예감을 무시해 곤경에 처하게 되는 건 비단 한국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헤이든 크리스텐슨, 제시카 알바 주연의 영화 ‘어웨이크’에도 엄마의 직감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고구마 아들'이 나온다.
‘어웨이크’는 뉴욕 경제의 중심에 있는 젊은 백만장자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가 모친이 반대하는 아름다운 여인 샘(제시카 알바)과 결혼을 감행한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심장 이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클레이는 엄마 몰래 꿈 같은 결혼식을 끝낸 뒤 기적같이 심장 이식 수술까지 받게 된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기대감에 부푼 그는 수술도중 ‘마취중 각성’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모든 신경과 의식이 깨어나 끔찍한 고통 속에서 충격적인 음모를 알게 된다.
이미 생긴 일 후회해 봐야 무엇하랴. 얄궂게도 그렇게 힘든 상황에 처하면 또 생각나는 건 부모님 밖에 없다. 나미는 심각한 곤경에 처한 다음에야 아빠의 충고를 대수롭지 않게 들어 넘겼던 과거에 가슴을 치게 되고, 클레이 역시 수술대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 하는 채로 자신의 엄마를 떠올린다. 뒤늦은 후회일까 아니면 그래도 모든 것을 되돌릴 기회는 남아 있을까.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와 ‘어웨이크’ 모두 영화 속에 깜짝 놀랄 반전을 숨겨두고 있다. 부모의 경고를 무시했던 자식들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