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 라이온즈는 정규시즌 7위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수확도 있었다. 내외야진의 세대교체. 특히 김지찬(22)-이재현(20) 키스톤콤비와 중견수 김현준(21)이 이루는 센터라인의 약진이 돋보이는 한해였다.
김지찬은 지난해 주전 2루수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당초 유격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김상수(33·현 KT)의 부상과 김지찬의 송구 불안이 맞물려 2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김지찬은 송구 불안은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지만, 2루수에서 다소 나은 모습을 보이며 주전 2루수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타격도 일취월장했고, 주루에선 22연속 도루에 성공할 정도로 맹활약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재현의 활약도 돋보인다. 신인이었던 이재현은 지난해 개막전에 깜짝 선발 출전하더니, 기회를 계속 받으며 주전 유격수로까지 도약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타격에서는 정평이 나있던 선수지만, 수비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모습을 보이며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데뷔 첫해라 부상과 체력 문제는 피할 수 없었지만, 공백에도 데뷔시즌 7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잠재력을 선보이며 미래를 기대케 했다.
프로 2년차 김현준은 지난해 ‘히트 상품’이라 불릴 정도의 뜨거운 활약을 펼쳤다. 주전 중견수 공백에 시즌 도중 기회를 잡은 김현준은 뛰어난 컨택 능력과 허슬플레이 등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어느새 주전 리드오프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이승엽이 보유하고 있던 만 19세 이하 연속 안타 신기록(21경기)을 세우기도 했고, 뛰어난 출루능력에 FA로 떠난 박해민의 공백을 잘 메웠다는 평가도 받으며 센터라인의 한 축을 담당했다.
지난달 30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로 출국한 '굴비즈' 김지찬-이재현-김현준. 삼성 제공
뛰어난 활약과 빼어난 외모, 팬서비스까지 갖춘 세 선수는 ‘굴비즈’라는 애칭으로 삼성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평소에도 ‘굴비처럼’ 줄줄이 붙어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별명. 김현준과 이재현은 지난해 유니폼 마킹 전체 2,3위를 차지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실력은 물론, 스타성으로도 주전 첫해 만에 삼성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들이다.
‘굴비즈’는 새 시즌에도 키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김현준은 주전 리드오프 중견수로서 타선과 외야를 이끌어야 하고, 김지찬과 이재현은 베테랑 김상수(KT 위즈)가 빠진 내야진에서의 비중이 더 높아질 예정이다. 인기 만큼 기대도 크다. 주전으로 막 도약한 지난 시즌엔 패기가 더 앞섰다면, 주전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올해는 더 막중한 책임감으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세 젊은 선수가 흔히 말하는 주전 ‘2년차 징크스’를 이겨내고 새 시즌 삼성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