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400승 대기록 달성에도 기대 이하의 팀 성적에 마음 편하게 웃지 못했다.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 유도훈(57) 감독의 이야기다.
유도훈 감독은 최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감독으로서 개인 통산 정규리그 400승을 달성했다는 기쁨보다는 지금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걱정이 더 크다. (주변의 축하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개인적인 기록을 달성했더라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유도훈 감독은 지난 19일 개인 통산 400승을 달성했다. 한국가스공사가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주 KCC를 81-79로 이기면서다. 유 감독이 2006~07시즌 도중 안양 KT&G(현 안양 KGC)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은 뒤 17년 만에 이룬 기록이다. 감독대행 시절을 포함한 그의 통산 성적은 794경기 400승 394패(승률 0.504)다.
유도훈 감독의 통산 정규리그 400승은 프로농구 역대 네 번째다. 유도훈 감독에 앞서 유재학(724승 533패) 울산 현대모비스 총감독, 전창진(523승 400패·22일 기준) KCC 감독, 김진(415승 388패) 전 창원 LG 감독이 통산 400승을 달성했다. 유 감독에 이어 추일승(379승 418패) 농구대표팀 감독, 신선우(362승 297패) 가스공사 총감독이 잇따른다.
한국가스공사는 올 시즌 11경기를 남겨놓았다. 지금까지 794경기를 치른 유도훈 감독은 올 시즌을 마칠 때 805경기를 소화한다. 올 시즌을 마치면 797경기의 추일승 감독과 803경기의 김진 전 감독을 따돌리고 역대 3번째 많은 경기를 이끈 감독이 된다.
대기록 달성에도 유도훈 감독이 웃지 못한 건 부진한 팀 성적 때문이다. 한국가스공사는 15승 28패로 리그 9위에 자리했다.
한국가스공사가 부진한 이유는 여럿 꼽을 수 있다. 핵심 공격형 가드 이대성을 향한 상대 팀의 집중 견제, 득점 결정력과 집중력 부족, 수비 조직력 와해 등이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외국인 선수의 부진도 큰 몫을 차지한다. 시즌 도중 교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머피 할로웨이와 데본 스캇은 다른 팀의 2옵션 외국인 선수급이라는 평가다.
유도훈 감독은 플레이오프(PO) 진출 희망을 놓지 않았다. 현역 시절 근성 있는 플레이로 이름을 날렸던 유 감독은 올 시즌 PO 진출경쟁에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유 감독은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 달라.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뒤에야) 인정이 된다. 그래야 다음에 또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유도훈 감독은 ‘PO 귀신’이라 불린다. 그는 정상의 자리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지만, 팀을 PO에 꾸준히 올려놓았다. 감독대행 시절을 포함해 팀을 이끈 14시즌(코로나19로 인한 PO 없이 리그 조기 종료한 2019~20시즌, 올 시즌 제외) 동안 PO 진출에 단 두 번(2009~10·2015~16시즌) 실패했다.
유도훈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나에게는 무엇보다 팀이 우선이다. 개인적인 상황과 기록보다는 팀의 반등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싶다. 개인 400승 기록 달성보다는 현재 팀의 1승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가스공사가 내년이든, 앞으로든 조금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올 시즌을 바탕으로)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