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마을 속으로 '코트 위에서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새긴다. 내가 못하면 나한테 마이너스니까 죽기 살기로 하겠다."
여자농구 부천 하나원큐는 지난 2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여자농구 6라운드 인천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95-75로 대승을 거뒀다. 팀 단일 경기 최다 득점 기록(96점)에 딱 1점이 모자랐을 정도로 뜨거웠다. 전반 기록한 팀 57점은 창단 이래 최고 기록이고, 올 시즌 전 구단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이다.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도 5승 23패를 만들면서 지난해 승수에도 도달했다.
점수가 폭발한 만큼 선수단이 두루 활약했다. 에이스 신지현(19점)은 물론 정예림(20점) 김지영(12점) 김애나(16점) 등이 두루 활약했다.
언니들만큼 눈에 띈 막내가 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하나원큐에 입단한 포워드 박진영이 19분 33초 동안 뛰면서 8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특히 2쿼터에만 6점을 기록해 팀이 전반 흐름을 굳히는 데 힘을 보탰다.
박진영에게도, 김도완 하나원큐 감독에게도 의미있는 경기였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진영이가 연습 때 너무 덜렁거려서 지적을 좀 했다. 그런데 경기에서 생각 외로 너무 잘해 깜짝 놀랐다. '이 녀석 실전 체질이구나' 싶었다"며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는 혼자 농구를 했지 않나. 조금 더 신중하게 하고, 상황을 보면서 농구하면 좋겠다고 했다. 외곽에서 슛 던지는 연습도 많이 하면서 힘 빼는 연습도 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진영이도 오늘 느끼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오늘처럼 차분하게 한다면 출전 시간도 많아지고, 다음 시즌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진영은 "감독님께서 경기 전 '경기는 누가 얼마나 더 간절한지에 달려있다, 이겨내 보자'고 하셨다. 언니들부터 막내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였다. 지난 승리보다 더 좋았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활약에 본인조차 당황했던 걸까. 박진영은 "오늘 경기에서 했던 플레이가 몇 개는 기억나지만, 다른 몇몇 플레이는 기억이 안 난다"고 웃었다. 그는 "부상에서 복귀한 후 컨디션이 바닥을 기었다. '팀에 피해만 주지 말자'고 생각하고 뛰고 있다. 오늘 경기도 그랬다. 언니들이 만든 좋은 분위기를 따라갔다"고 돌아봤다.
박진영은 올 시즌 내내 발목 부상에 흔들렸다. 코트 위로 돌아왔지만, 아직 100%가 아니다. 그는 "아직도 발목이 완벽히 치유되지 않았다. 발목 부상으로 오랜 기간 쉬었다"며 "그래도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코트에 나와 부족한 훈련량을 채웠다. 트레이너 선생님도 꾸준히 관리해주셨다"고 전했다.
힘든 시간 멘털을 다잡았다. 박진영은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농구가 부상 복귀 후 참 안 되더라. 이번 시즌 한 가지라도 얻어야 했다. 하나라도 더 듣고, 배우려고 노력했다. 아픈 것도 참았다. 언니들도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짚어줬다"며 "실력이 늘 수 있었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다"고 전했다.
박진영은 "언니들이 지금까지 (지명) 10순위였는데, 드디어 1순위로 올라섰다고 농담하시더라. 한 분 한 분 내게 오셔서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며 "프로에 와 언니들을 상대하다 보면 주눅들 때도 있다. 나도 사람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항상 마음 속으로 '코트 위에 나이 없다'는 말을 새긴다.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