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주도유단(珠道有段) 유단자편이다. 주도유단이 무슨 뜻이냐고? 이런! 뱁새 김용준 프로 칼럼 첫 회를 놓친 독자임이 틀림 없다. 골프를 치는 데도 급수가 있다는 뜻이다. 더 길게 설명하고 싶지만 지면에 한계가 있다. 부디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제1회를 찾아보고 오기 바란다. 어떻게 찾느냐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주도유단 김용준’이라고 치면 일간스포츠가 실은 칼럼 첫 회가 나온다. 지난 회에는 주도유단이라는 말의 유래를 설명했다. 9급부터 1급까지도 풀어놓았고. 이제 초단부터 9단까지 유단자 등급을 소개하겠다. 바로 들어간다.
초단은 애주(愛珠)이다. 사랑 ‘애’자라는 걸 모르는 독자가 있으랴! 골프를 맛보고 나서 새로운 삶에 눈을 뜬 사람을 말한다.
2단은 기주(嗜珠)이다. 기호식품이라고 할 때 그 ‘기’자이다. 그러니까 무슨 ‘기’자냐고? 흠흠, 옥편을 어디 뒀더라? 좌우지간 기주란 골프의 진미에 반한 사람을 뜻한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골프를 꼽는다면 이미 이 경지라고 하겠다.
3단은 탐주(耽珠)이다. 탐닉한다고 할 때 그 ‘탐’자이다. 골프가 보여주는 진경에 푹 빠진 사람이다. 골프 스윙을 넘어 코스와 전략에 대해서도 논하기 시작했다면 어느덧 이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3급 ‘수주(睡珠)’부터 3단 ‘탐주’까지는 중수에 속한다.
사진=게티이미지 이제부터 상수의 경지이다.
4탄은 폭주(暴珠)이다. 거칠다는 뜻인 ‘폭’자이다. 골프를 맹렬하게 수련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미친듯이 연습하는 사람이라면 폭주이다. 독자는 얼마나 자주 그리고 오래 연습하는가? 하루 종일 연습하고 드러누운 적이 있는가? 남에게 이러쿵 저러쿵 골프를 가르칠 자격이 되려면 폭주는 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기예에서도 4단 이상은 되어야 사범이 아니던가?
5단은 장주(長珠)이다. 길 ‘장’자이다. 골프 삼매경에 푹 빠진 사람을 말한다. 몇 날 며칠이고 계속 골프를 치는 사람이다. 날마다 치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 나가면 36홀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장주에 속한다. 독자는 하루에 몇 홀까지 쳐봤는가? 하루에 144홀까지 돌았다는 얘기도 들어보았다. 고개가 저절로 저어진다. 더한 장주를 알고 있다면 귀띔해 주기 바란다.
6단은 석주(惜珠)이다. 애석하다고 할 때 그 ‘석’자이다. 골프를 너무 사랑해서 한 타 한 타 진지하게 치는 사람이다. 골프 규칙과 에티켓까지 따지는 사람이라면 석주라고 하겠다. 진정한 골퍼가 되고 싶다면 반드시 가까이 모셔야 할 고수이다.
7단은 낙주(樂珠)이다. 모르는 독자가 없을 한자인 즐거울 ‘락’자이다. 잘 쳐도 좋고 못 쳐도 좋은 지경까지 이른 골퍼이다. 골프와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이라면 7단이다. 시시콜콜 승부를 따지는 단계는 진즉 넘어선 고수라 하겠다. 필드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 경지가 바로 낙주이다. 왜 그런지는 바로 알게 된다.
8단은 관주(觀珠)이다. 볼 관자이다. 더 이상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골프 클럽을 잡지 못하는 골퍼를 말한다. 골프 중계를 보기만 해도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저절로 피어나는 은퇴한 골퍼라면 8단이다. 다만 너무 이른 시기에 은퇴한 골퍼는 이 반열에 들지 못한다.
9단은 폐주(廢珠)이다. 법을 폐지한다고 할 때 그 ‘폐’자이다. 골프를 치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을 일컫는다. 신선주(神仙珠)라고도 한다. 현 독자 가운데에는 폐주가 있을 리 없다. 당연한 노릇 아닌가? 소천할 때 골프 클럽을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이도 있다고 한다. 아직 하수인 뱁새 김용준 프로로서는 짐작도 못할 경지이다.
독자는 몇 급 혹은 몇 단인가?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하기 바란다.
골퍼의 급수는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첫째는 골프를 친 연륜에 달렸다고 하겠다. 둘째는 골프 친구가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골프 친구도 가려서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로 골프를 치는 버릇도 급수에 영향을 미칠 터이다. 넷째로 골프를 치는 기회나 동기도 문제이다. 뱁새 김 프로가 아직 상주(商珠)라는 5급 하수에 머물러 있는 것도 어쩌면 골프를 치는 동기 탓 아닐까? ▶김용준 KPGA 프로는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사업을 하던 중 골프에 푹 빠졌고, 마흔 훌쩍 넘은 나이에 독학으로 KPGA 프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잠시 투어의 문을 두드리다가 이내 낙담하고 KPGA 코리안 투어 심판이 되었다. 판정을 하느라 이따금 TV에 옆 모습이 비치는 것으로 투어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신했다. 한동안 골프 채널 중계를 맡았고 골프 예능에도 출연했다. 지금은 모 대학 골프학과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