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호식품인 담뱃값도 올랐다. 최근 들어 담배 회사들이 각자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를 잇달아 내놓고 기존보다 가격을 올린 전용 담배스틱을 함께 출시하면서다.
BAT로스만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글로 하이퍼 엑스(X)2'를 지난달 27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은 2021년 9월 출시한 '글로 프로 슬림'의 후속으로, 가격이 전작(5만원)보다 1만원 싸다.
문제는 전용 스틱의 가격이다. BAT로스만스는 전용 스틱 '데미 슬림'을 함께 출시하면서 4800원의 가격을 매겼다. 기존 전용 스틱(4500원)보다 300원 비싼 가격이다.
비흡연자들에게는 300원이 우스워 보이겠지만, 궐련 담배에서 그나마 유해성이 적다고 알려진 전자담배로 갈아탄 입장에서 서글프기 짝이 없다. 더욱이 새 기기에는 기존 스틱이 호환되지도 않는다. BAT글로만스의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는 고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300원 더 비싼 스틱을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앞서 한국필립모리스는 신제품 '아이코스 일루와'와 '일루마 원'을 출시하며 전용 스틱(테리아) 가격을 4800원으로 책정했다. '릴 에이블'을 출시한 KT&G도 전용 스틱(에임) 가격을 300원 올렸다.
결국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스틱 가격이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일제히 오른 셈이다.
담배 회사들의 이 같은 가격 정책은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에 스틱 가격을 인상해 담합 논란을 자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이 담배 가격을 끌어올렸는지도 미지수다.
더군다나 전자담배 기기는 프로모션 등을 통해 할인 판매할 수 있지만, 기기에 삽입하는 스틱은 담배사업법상 할인 판매가 불가하다. 인상된 가격을 고정적으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더욱 터져 나온다.
이와 함께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국내 전자담배 기기의 값을 바로 옆 나라인 일본에 견줘 비싸게 받아 논란을 더하고 있다.
BAT로스만스는 지난해 10월 일본 시장에 이미 '글로 하이퍼 엑스2'를 선보였는데, 가격이 1980엔(약 1만9000원)으로 국내 판매가(4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일루마 원' 역시 일본 판매가가 3980엔(3만8000원)으로, 국내 가격이 1.8배 이상 비싸다.
담배 회사들은 한목소리로 궐련형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외치고 있다.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비슷한 시점에 동일한 수준으로 인상되는 스틱 가격 앞에서 소비자들이 맘 편히 전자담배로 갈아탈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