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이 2차전에 돌입했다. 법원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SM엔터 주식 확보에 실패한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한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오는 SM 주주총회 전인 오는 26일까지 SM주식 35%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오는 26일까지 SM엔터 주식 833만 3641주를 1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 하겠다는 신문 공고를 게시했다.
그동안 카카오는 SM경영권 분쟁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하이브와 SM 경영진이 여론전을 펼칠 때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가, 하이브가 SM에 “카카오와의 전략적 제휴를 철회하라”는 요구를 하자 지난달 27일 하이브에 ‘유감’을 표명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지난 3일 법원이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막아달라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9.05%의 지분 취득이 무위로 돌아갔다. 카카오는 SM의 경영권 확보에 차질이 생기자 결국 전면전을 선택했다.
◆ 결국 ‘쩐의 전쟁’...실탄 많은 자가 이긴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공개 매수 격돌은 이미 시장에서 예측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증권가 등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해외 투자금액을 근거로 14만 1000원에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지만, 카카오는 7일부터 26일까지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하이브가 확보한 SM 지분은 19.43%다. 이수만의 지분 14.8%를 확보했고, 주당 12만원의 공개매수에 실패하면서 0.98%를 추가 확보해 15.78%(약 4508억원)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추가 확보하기로 한 이수만 지분 3.65%도 있다. 하이브는 수천억원을 들여 확보한 경영권이 무위로 돌아갈 위험에 처했다.
문제는 하이브가 확보한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선언했을 당시 자금으로 약 7000억원을 예상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200억원을 계열사에서 빌려왔다. 그런데 주가가 공개마수가인 12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당초 목표했던 25%에 한참 못미친 0.98% 확보에 그쳤다. 하이브가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고 확실한 경영권 확보에 성공하려면 똑같이 공개매수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이브로서는 추가 투자를 받지 않는 이상 카카오의 공개 매수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하이브는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대 1조원의 투자 유치에 나섰다.
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싱가포르·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약 1조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SM을 인수할 ‘실탄’이 충분하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말 가용현금이 5조7000억원에 달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연초 1조20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상황으로 자금 동원력은 확실히 우위에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