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의 세 번째 상대다. B조의 한국은 호주와 일본을 만난 뒤 체코와 결전을 치른다. 중국과 함께 B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체코는 그동안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닐 수 있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전력 노출이 거의 되지 않은 '도깨비 팀'이라는 것도 한몫한다.
1920년 이후 체코 태생 빅리거는 단 한 명도 없다.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과도 미미하다. 2013년 2017년 WBC에 도전했지만 모두 예선 탈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WBC 예선 A조를 통과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로 출전한 스페인에 개막전 7-21로 대패한 뒤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프랑스와 독일을 연이어 꺾고 회생했다. 이어 패자 결승에서 다시 만난 스페인에 3-1로 승리, 극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체코는 30인 최종 엔트리를 투수 14명, 포수 3명, 내야수 9명, 외야수 4명으로 채웠다. 마운드에선 오른손 투수 필립 캡카(25)와 마틴 슈네이더(37) 왼손 투수 루카스 에르콜리(27)와 토마스 뒤펙(34)이 선발 자원이다. 에이스 역할을 하는 슈네이더가 한국전에 앞서 열리는 중국, 일본전에 등판하면 체코 자국리그(에스트라리가) 출신인 캡카와 에르콜리, 뒤펙 중 한 명이 이강철호를 상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에르콜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르콜리는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키가 1m90㎝로 장신이고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좋다. 프랑스와 유럽 예선에서 선발로 나서서 4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왼손 타자가 많은 한국전에 표적 등판 가능성이 있다.
타선에선 주전 포수가 유력한 마틴 체르벤카(31)를 조심해야 한다. 체르벤카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을 거치면서 마이너리그 통산 617경기를 뛰었다. 체코 선수로 빅리그 무대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다. 2018년 볼티모어 산하 더블A에선 홈런 15개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외야수 마렉 슐럽(24)도 한방을 갖춘 '젊은 피'다. 지난해 NCAA 대학리그에서 62경기 타율 0.390(228타수 89안타)을 기록했다. 스페인과 패자 결승에선 홈런 포함 2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파벨 하딤 체코 감독은 슐럽과 체르벤카를 주로 3번과 4번 타순에 배치한다. 본선에서도 이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체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에릭 소가드(37)다. 소가드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815경기를 뛴 전천후 내야수. 2019년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110경기 출전, 타율 0.290 13홈런 40타점으로 감초 같은 활약을 펼쳤다. 유럽 예선에서 활약한 보이텍 멘식(25)과 함께 내야 핵심 자원이다.
체코 선수는 대부분 야구 이외 직업이 따로 있다. 슈네이더는 소방관, 팀의 주장인 내야수 페트르 지마(34)는 재무분석가다. 체르벤카는 "체코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다. 우리는 WBC에서 최고의 팀들과 경쟁할 거고 함께해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