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매력은 작품 안에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확장된다는 점 아닐까요. 좋은 영화 한 편이 촉발한 감상과 의미를 다른 분야의 예술과 접목해 풀어보고자 합니다. ‘환승연예’는 영화, 음악, 도서, 미술 등 대중예술의 여러 분야를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MBC가 만들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범죄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나는 신이다’는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든 종교 관련 범죄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그동안 언론 및 시사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것보다 잔혹하고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나는 신이다’의 높은 수위에 시청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더러 나온다.
종교에 심취한 집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는 한국의 것만이 아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종교와 관련한 범죄 사건이 많이 발생했고, 그것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도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신이다’와 비슷한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 톰 크루즈도 빠졌던 ‘사이언톨로지’
‘나는 신이다’에서는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 정명석이 젊은 여성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는 과정을 자세하게 담았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15년 다큐멘터리 ‘정화: 사이언톨로지와 신앙의 감옥’에서는 사이언톨로지 종교의 고위층이던 톰 크루즈가 여신도의 상납을 받은 내용을 파헤쳤다. 사이언톨로지는 론 허버드라는 공상과학 소설가에서 시작된 종교로, 개신교, 불교 등 사상을 섞어 만들어졌다. 자신의 과거를 말하며 ‘정화’하는 의식을 특징으로 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피해자 나자닌 보니아디가 등장해 사이언톨로지가 조직적으로 자신을 톰 크루즈에게 상납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이언톨로지 신도들이 나자닌 보니아디를 가족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치아 보철 장치를 제거하고 머리를 톰 크루즈가 좋아하는 색으로 염색시키는 등 ‘상납 준비’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이후 톰 크루즈의 여자친구 역할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 최악의 집단자살사건 ‘리턴 투 존스타운’
‘존스타운의 삶과 죽음’(2006)은 지난 1987년 11월 남아메리카 가이아나에서 발생한 미국 최대, 최악의 집단 자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당시 909명의 신도가 음독 자살을 했고,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종교 등 맹신적으로 무언가를 믿는 행위를 ‘쿨 에이드를 마시다’라는 관용어가 생기기까지 했다. 음독 사건에서 독성 물질을 에이드에 타서 마셨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는 교주인 짐 존스의 어린시절 지인부터 존스타운 신도, 신도들의 가족 등의 진술로 짐 존스의 생애와 존스타운 설립, 그리고 집단자살까지 이야기를 생생히 그린다. 지상낙원을 꿈꾼 신도들이 어떻게 짐 존스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지, 미스터리를 풀어가듯 보여준다.
◇ 일부다처제 교리 강요하는 ‘착한 신도’
넷플릭스의 또다른 다큐멘터리 ‘착한 신도: 기도하고 복종하라’(2022)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FLDS)의 초대 교주 루론 제프스와 그가 주장한 일부다처제, 미성년자 성범죄 등을 다뤘다.
FLDS의 초대 교주인 루론 제프스는 무려 70명 이상의 아내를 두며 신도들에게도 결혼을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신도는 얼굴도 모르는 상대와 결혼식을 올려야 했으며, 더 많은 아내가 생길수록 천국에 간다고 믿었다. 때문에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직접 교주에게 바치는 잔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버지에 이어 교주가 된 워런 제프스는 여성들에게 “뇌를 비우라”며 생각하지 말 것을 교육했다. 그의 아내 중에서는 미성년자가 있고, 임신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며 FLDS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현재 워런 제프스는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