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all in, 다 걸기)했으나 얻은 건 별로 없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1차전에서 홈런 세 방을 두들겨 맞으며 7-8 재역전패 했다. 2010년 이후 프로 정예선수가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호주전 8연승을 거뒀던 한국은 WBC 8강 첫 관문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가 8강 진출의 승부처였다. ‘올인’ 전략을 펴고도 호주에 패한 한국은 10일 B조 최강 팀인 일본과 맞붙는다. 한국은 일본을 이기고 체코(11일), 중국(13일)까지 꺾어야 8강 진출을 자신할 수 있다.
2006년 제1회 WBC에서 4강 진출한 한국은 2009년 대회에서는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2013년과 2017년에는 1차전부터 패배한 뒤 1라운드 탈락했다. 대회 전부터 이강철 감독은 한일전보다 호주전에 “모든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다짐했다.
호주전 필승 카드는 사이드암 고영표였다. 그는 특유의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어 1회 초를 공 4개로 간단하게 막았다. 3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이어간 고영표의 제구가 흔들리더니 무사 만루에 몰렸다. 로건 웨이드에게 희생플라이만 내주고 이닝을 마쳤다.
고영표는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팀 케넬리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0-2로 쫓겼다. 그러자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하며 침묵하던 한국 타선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5회 말 공격에서 김현수의 볼넷과 박건우가 안타 후 2사 1, 2루에서 8번타자 양의지가 호주 세 번째 투수 대니얼 맥그레스로부터 좌월 3점포를 터뜨렸다. 3-2 역전.
6회 말 이정후의 안타와 박병호의 2루타로 4-2로 달아난 한국은 완전히 몸이 풀린 듯했다. 그러나 7회 초 충격의 재역전을 허용했다. 네 번째 투수 소형준이 1사 2, 3루에 몰렸다. 이어 등판한 김원중은 2사에서 로비 글렌디닝에게 역전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한국은 7회 말 강백호의 2루타로 추격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강백호는 2루에서 세리머니를 하다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을 당했다.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 한국은 8회 초 베테랑 투수 양현종을 긴급 투입했다. 그러나 양현종도 흔들린 끝에 로비 퍼킨스에게 3점포를 얻어맞아 점수차가 8-4로 벌어졌다. 한국은 8회 말 호주 마운드가 흔들리는 틈을 타 3점을 만회했으나 끝내 역전에 실패했다.
한국은 호주전에 투수 7명을 투입했다. 가용 자원 15명 중 거의 절반을 쏟아내고도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호주 타선에 난타를 당했다. 고영표(4와 3분의 1이닝 2실점), 양현종(0이닝 3실점) 등 베테랑은 물론 소형준(3분의 1이닝 2실점), 김원중(1이닝 1실점) 등 젊은 투수들도 실점한 채 내려갔다. 투구 수 제한을 떠나 일본전에 이들을 중용하기 쉽지 않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