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개 대회 연속으로 1차전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운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1차전에서 호주에 7-8로 졌다.
이번 WBC에서는 1라운드 상위 2개 팀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호주, 일본, 중국, 체코와 B조에 속한 한국은 1차 목표를 조 2위(8강)로 잡았다. 한일전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호주를 잡아서 8강 진출의 발판을 만들 계획이었다. 호주를 잡아야 10일 일본전을 ‘보너스 게임’으로 치를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과 일본 취재진이 아무리 한일전에 대해 물어도 “중요한 건 호주전이다. 첫 경기에 올인하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선수들 인터뷰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제1회 대회였던 2006 WBC에서 4강에 진출한 뒤 2009 대회에서는 준우승 신화를 이뤘다. 메이저리거가 대거 참가하는 무대에서 세계의 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2013 WBC, 2017 WBC에선 연거푸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13년엔 네덜란드와 1차전에서 0-5로 졌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2승1패로 마치고도 짐을 쌌다. 2017년에는 야구 변방인 이스라엘과의 1차전에서 1-2 충격패를 당했다. 당시 한국은 1승2패로 1라운드 탈락 고배를 마셨다. 모두 1차전 패배가 문제였다.
때문에 이번 WBC를 앞두고 한국은 호주를 지나칠 만큼 의식했다. 대회 준비 과정과 선수단 각오를 보면 결코 방심한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패인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7회 제구가 되고 안정적인 투수(소형준)여서 중요한 순간에 투입했다. 거기서 3점을 주면서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았나 싶다”고 짚었다. 이어 “오늘 경기도 봤지만, 경기 초반을 끌어줘야 할 투수는 베테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면서 국민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줬다. 여기에 앞선 두 차례 WBC 부진이 맞물리면서 젊은 선수들이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호주전 승리가 압박감을 날릴 기회였으나, 충격의 재역전패로 부담은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