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연속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놓인 한국야구. 최악의 분위기로 '숙적' 일본을 상대한다. 초반 기세 싸움도 열세인데, 뒷문 공략마저 버거워 보인다.
한국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3 WBC 1라운드(B조) 1차전에서 7-8로 패했다. 마운드는 홈런 3개를 허용할만큼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고, 타선은 5회 말 1사까지 무안타에 그쳤다. 4-5로 지고 있던 7회 말 1사 주 없는 상황에서는 대타 강백호가 좌전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태그 아웃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한국은 충격적인 1패를 당한 상황에서 '홈팀' 일본과 10일 1라운드 2차전을 치른다. 2라운드(8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반드시 잡고 B조 다른 나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그동안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일본 선발 투수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5년 나선 프리미어12에서는 두 차례 오타니 쇼헤이에게 13이닝 동안 1점도 내지 못했다. 2021년 출전한 도쿄 올림픽 준결승전에서도 야마토모 요시노부에게 2득점에 그쳤다.
역대 야구 한일전은 대체로 경기 후반 승부가 갈렸다. 한국은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자주 보여줬고, '약속의 8회'라는 표현도 생겼다. 하지만 호주전에서 드러난 한국 타선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일본 허리진 공략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이 고우석·정우영 등 20대 중반 젊은 필승조를 구성한 것처럼, 일본도 영건들이 뒷문을 지키고 있다.
대표 선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오타 타이세이다. 2022시즌 데뷔한 그는 37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NPB) 신인 선수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을 쓴 투수다. 시즌 평균 구속(포심 패스트볼 기준) 153.1㎞/h를 기록할 만큼 빠른 공을 던진다. 최고 159㎞/h. 올겨울 더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투구 폼에 변화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차 클로저 쿠리바야시 료지(히로시마 도요카프)도 경계 대상이다. 2021시즌 37세이브, 2022시즌 31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다. 통산 101경기 평균자책점이 1.16에 불과할 만큼 '짠물 피칭'을 보여줬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나서 일본의 2-0 승리를 지켜낸 투수이기도 하다. 구속은 오타보다 덜 나오지만, 주 무기 포크볼이 날카로워 탈삼진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던 마쓰이(라쿠텐 이글스)도 지난 7년 동안 한층 성장했다. 2022시즌 NPB 퍼시픽 리그 세이브왕(32개)에 올랐다. 최근 2시즌(2021~2022) 70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두루 구사하는 '기교파' 투수다.
이밖에 2022시즌 홀드 43개를 기록한 '슈퍼 셋업맨' 유아사 아츠키(한신 타이거즈) 2022년 일본 시리즈에서 5와 3분의 2이닝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오릭스 버팔로스의 우승을 이끈 '파이어볼러' 우다가와 유키도 요주의 투수다. 공이 빠르고 포크볼을 기본으로 장착한 투수들이 즐비하다. 한국 타자들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