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한국. 부상과 부진, 그리고 논란 변수가 일본전 선수 기용에 어떻게 작용할까.
한국은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와의 1라운드(B조) 1차전에서 7-8로 석패했다. 호주의 전력은 예상보다 강했고, 한국은 조 2위까지 가능한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오후 7시 '홈팀'이자 '숙적'인 일본을 상대한다.
일본은 오타니 쇼헤이·다르빗슈 유·요시다 마사타가 등 메이저리거들이 출격한다. 9일 중국전 선발로 나선 오타니는 선두 타자 포진이 유력하고, 다르빗슈는 선발 투수로 나선다. 일본엔 자국 리그 최고 선수들도 대거 발탁했다. 특히 2022시즌 홈런 56개를 친 무라카미 무네타가가 요주의 선수다. 중국전에서 무안타(2삼진)에 그쳤는데, 그게 오히려 더 우려된다. 배트에 맞을 때가 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국은 호주전에서 참담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투수가 안타나 홈런을 맞고, 타자가 삼진을 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주루에서 집중력이 부족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강백호는 4-5, 1점 지고 있던 경기 후반(7회 말) 2루타를 친 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진 채 세리머니를 하다가 태그아웃됐다. 해외 언론에 조롱을 샀다.
한국은 '일본 킬러' 김광현을 선발 투수로 내세워 위기 탈출을 노린다. 하지만 투구 수 제한(1라운드 기준 65구)이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6이닝 이상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상대는 전통적으로 '콘택트' 능력이 좋은 타자들이 즐비한 일본이다.
현재 상황에서 최상의 전력을 갖춰야 한다. 그래서 출전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선수들이 있다. 일단 최정과 나성범. 두 선수는 리그 최고의 3루수와 우익수지만, 현재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최정은 SSG 랜더스 2군과의 연습경기,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평가전에 모두 결정할만큼 정상이 아니다. 호주전에서는 7번 타자·3루수로 출전했지만, 삼진 2개를 당한 뒤 7회 타석에서 강백호와 교체됐다.
나성범도 마찬가지다. 3회 첫 타석에서 뜬공으로 물러났고, 5회는 사구로 출루했지만, 견제사 당했다. 팀이 4-5로 지고 있던 7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는 삼진을 당했고, 한국이 7-8로 추격한 8회 말 2사 만루에서도 3구삼진을 당했다.
최정이 빠지면, 김하성이 유격수에서 3루수로 이동해야 한다. 이 경우 유격수는 오지환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오릭스 버팔로스전이 그랬다. 하지만 오지환의 타격감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2루수 에드먼도 3루수를 맡을 수 있다. 전지훈련에서 가장 좋은 타격가을 보여준 김혜성이 그 자리를 맡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나성범의 자리는 박건우가 메울 수 있다. 박건우는 호주전에서 지명타자로 나섰고, 5회 말 1사 상황에서 대표팀의 첫 안타를 쳤다. 원래 나성범과 박건우가 주전 우익수를 두고 경합했다.
한국은 호주전에서 구원 등판한 '선발 자원' 소형준과 양현종이 부진하며 역전 빌미, 쐐기 득점을 허용했다. 소형준은 6회 초 사구와 안타를 허용했고, 양현종은 연속 2안타를 허용한 뒤 홈런까지 맞았다.
그래서 전문 구원 투수 정우영과 정철원, 이용찬 그리고 고우석 어깨가 무겁다. 특히 2022시즌 KBO리그 세이브 1위 고우석은 대회 개막 전 목과 어깨에 통증을 호소했다. 호주전도 시작 전에 등판 불가 방침이 내려졌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강백호다. 그는 현재 모든 야구팬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가 중요한 시점에 저지른 '전대미문' 본헤드 플레이 탓에 대표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은 게 사실이다.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에서 상대 선발로 좌완 투수가 나오자, 강백호 대신 박건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강백호는 대표팀 훈련과 평가전까지 타격감이 가장 좋은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전략적인 이유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일본전 선발 투수는 다르빗슈 유다. 오른손 투수다. 순리라면 콘택트 능력과 장타력을 모두 갖춘 강백호가 나서는 게 맞다. 특히 강백호는 커브나 체인지업처럼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 변화구엔 약한 편이지만, 몸쪽(좌타자 기준)으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는 곧잘 공략한다. 다르빗슈의 주 무기가 슬라이더다.
이강철 감독 입장에선 기본기를 망각하고, 프로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으로 동료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강백호를 선발로 내세우기 어려울 수 있다. 실력이 선수 선발과 기용에 우선순위였다면, 투수 안우진도 발탁했을 것.
하지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고, 숙적 일본전이 남아 있다. 강백호는 우투수 상대로 대표팀 공격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선수다. 호주전에서 감정 관리에 미숙한 모습을 보인 건 맞지만, 그따위 플레이가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
도쿄 올림픽 '껌 논란' 그리고 이번 대회 주루사가 강백호를 대표팀에서 영구 배제할 이유로 충분할까. 향후 국제대회에서 강백호가 필요하다면, 일본전에서 바로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또 논란을 자초하는 행위를 하면 이전 '괘씸죄'에 더해 비난하면 될 일이다.
일본전에서 지면 한국은 8강 진출이 사실상 무산된다. 대회를 향한 관심도 소멸한다. 2023시즌 KBO리그 개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