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호(서울)와 주민규(울산)는 득점포를 가동하며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울산은 12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주민규와 이청용, 나상호가 각각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터뜨렸다. 3연승을 달린 울산은 선두로 올라섰고, 서울은 시즌 첫 패배를 맛봤다.
잘나가는 양 팀의 대결을 보기 위해 2만 549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운집했다. 클린스만 감독도 차두리 어드바이저, 마이클 김 코치와 귀빈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팬들은 전반 중반, 클린스만 감독이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두 팀은 올 시즌 초반 2경기에서 모두 승전고를 울렸다. 2연승 팀답게 경기 내용은 용호상박이었다. 슈팅이 자주 나오지 않았지만, 치열한 압박 속 공 소유권을 거듭 주고받는 등 수준 높은 경기가 이뤄졌다.
양 팀 모두 팀 컬러를 유지했다. 전방 압박과 짧은 패스, 공 점유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두 팀은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해 서로를 거세게 압박했다. 상대가 옥죄어 와도 후방 빌드업을 꿋꿋이 유지했다. 그 탓에 전반에는 많은 슈팅이 나오지 않았다. 양 팀 수문장인 최철원과 조현우는 이따금 킥이 빗나가는 등 곤욕을 치렀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의 활약이 전반에 단연 돋보였다. 일류첸코와 투톱으로 나선 황의조는 살짝 처진 위치에서 활약했다. 중원 지역까지 내려와 정확한 킥으로 공을 배급하는 등 연계 플레이가 빛났다. 전반 27분 후방에서 우측 풀백 김진야에게 연결한 롱패스는 발군이었다. 전반 29분 때린 슈팅은 높게 솟았지만, 황의조의 전반 활약이 클린스만 감독의 뇌리에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후반 들어 경기가 더 치열해졌다. 물꼬를 튼 건 현직 국가대표 윙어 나상호다. 후반 7분 이태석이 왼쪽 측면에서 건넨 패스를 받은 나상호는 아크 중앙 지역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려 울산 골문을 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측면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뽐내던 나상호는 득점으로 클린스만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태극 마크와 연이 없던 주민규도 보란 듯 서울 골망을 갈랐다. 울산이 실점한 지 불과 2분 뒤, 역습 상황에서 바코가 건넨 패스가 상대 미드필더 기성용 발 맞고 서울 골문 쪽으로 흘렀다. 침투하던 주민규는 지체 없는 왼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출렁였다. 클린스만 감독 앞에서 터뜨린 시즌 1호 골. 2021시즌 K리그1 득점왕(22득점)을 차지하고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에게 거듭 외면받던 주민규도 향후 대표팀 승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앞서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엄원상은 이날 특유의 빠른 발을 뽐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몇 차례 번뜩이는 드리블이 나왔지만, 팀 동료 바코와 손발이 맞지 않았다. 엄원상은 83분간 활약 후 마틴 아담과 교체돼 그라운드에서 물러났다.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42분 기울었다. 서울 센터백 김주성이 툭 밀어준 공을 골키퍼 최철원이 잡았다. 울산은 아타루가 간접 프리킥을 빠르게 연결, 아담의 슈팅이 막혔으나 흐른 공을 이청용이 마무리했다. 결국 울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