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최고령 선수인 한채진(39·인천 신한은행)이 코트를 떠났다. 같은 팀 동료들뿐만 아니라 마지막 상대였던 아산 우리은행 선수단도 한채진에게 존경을 담은 작별 인사를 했다.
한채진은 13일 오후 7시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선발 출전, 26분 54초를 소화하며 5점 4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에 58-70으로 져 시리즈 2연패로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놓쳤다.
경기 전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우리은행과 2차전이 한채진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감독은 PO 2차전을 앞두고 한채진의 은퇴 소식을 선수단에 알렸다. 선수들은 한채진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우리은행과 일전을 준비했다.
신한은행의 바람인 ‘승리’는 챙기지 못했다. 결국 이번 경기가 한채진이 프로선수로서 코트를 누비는 마지막 순간이 됐다.
구나단 감독은 4쿼터 막판, 벤치에 있던 한채진을 코트에 내보냈다. 하지만 경기 종료 16초를 앞두고 김소니아가 3점 슛을 터뜨리면서 공격권이 우리은행에 넘어갔다. 신한은행은 재빨리 공을 가져왔고, 박혜진이 건넨 패스를 한채진이 외곽슛으로 연결했으나 림을 외면했다.
수비 리바운드를 우리은행 김단비가 따낸 순간, ‘적장’ 위성우 감독은 “채진이 줘”를 외쳤다. 김단비는 상대편인 한채진에게 공을 건넸다. 마지막 슛도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상대 선수에게 사실상 ‘패스’를 건네는 게 이상한 장면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은퇴하는 ‘레전드’를 위한 존중이었다.
21년간 선수 생활을 마친 한채진은 경기 종료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신한은행 동료들은 한채진을 헹가래 치며 ‘맏언니’를 떠나보냈다. 마침 이날이 생일이었던 한채진은 구단이 준비한 케이크의 초를 불며 동료들과 코트 위 마지막 추억을 쌓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양 팀 수장과 우리은행 고아라는 한채진의 은퇴를 내심 아쉬워하면서도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구나단 감독은 “지금까지 하루도 훈련을 빠진 적이 없다. 언니이면서도 고참이지만, 안 뛰어도 되는 것까지 해주면서 어린 선수들을 끌어줬다”고 감사를 전했다.
위성우 감독 역시 한때 ‘제자’였던 한채진에 관해 “정말 성실한 선수다. 마무리를 더 잘하고 은퇴했으면 좋았겠지만, 개인적으로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아라도 “상대 팀으로만 10년 넘게 만났는데, 은퇴한다고 하니 아쉽고 슬프다. 언니가 다른 인생을 살더라도 응원해주고 싶다”고 축복을 빌었다.
2003년 현대 하이페리온의 유니폼을 입은 한채진은 안산 신한은행, 구리 KDB생명, OK저축은행을 거쳐 2019~20시즌부터 다시 신한은행에서 활약했다. 21년간 정규리그 통산 597경기를 소화했다. 이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는 오랜 시간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상을 받았다.
한채진은 오는 5월 결혼식을 올리고 인생 2막을 연다. 그의 은퇴식은 2023~24시즌 신한은행의 홈 개막전 때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