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박현호. 아이돌도 망했고 솔로도 망했고 오디션도 떨어져 봤다. 이제 내 나이 서른. 하지만 박현호 절대 죽지 않아.”
가수 박현호가 MBN ‘불타는 트롯맨’ 경연에서 선보인 내레이션에는 박현호의 지난 10년과 앞으로의 각오가 함축돼있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을 터다. 그러나 박현호는 ‘불타는 트롯맨’을 통해 다시 도전했고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너무 속이 후련하고 한편으로는 방송이 다 끝나서 아쉽기도 하다. 홀가분하면서 시원섭섭하다”며 5개월의 여정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박현호는 지난 2013년 아이돌그룹 탑독의 메인보컬로 데뷔했다. 2015년 1월 팀을 탈퇴한 후 솔로 가수 아임으로 활동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박현호가 트로트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한 건 전역 후인 지난 2021년이었다. 본명인 박현호로 ‘돈돈돈’을 발매하고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
박현호는 “타 기획사 대표님에게 (트로트를) 권유받아 시작하게 됐다”며 “아이돌로 활동할 때 자기소개를 트로트로 하기도 했고 중학교 때 친구들이랑 노래방에 가서 ‘곤드레 만드레’ 같은 신나는 노래를 자주 부르곤 해서 트로트가 거리감 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로트 가수로 첫발을 뗀 박현호는 KBS2 ‘트롯 전국체전’에 이어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했다. ‘트롯 전국체전’ 결과가 아쉬웠기에 도전했을 법도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의 거절 후 ‘불타는 트롯맨’에 합류했다.
박현호는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내가 과연 트로트라는 장르를 잘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 고민해보겠다고 했다”면서도 “이후 정확하게 ‘불타는 트롯맨’에 안 나가서 후회하는 꿈을 꿨다. 정확하게 ‘불타는 트롯맨’이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 왔을 때 참가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현호는 지난 7일 종영한 ‘불타는 트롯맨’에서 최종 10위를 차지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경연을 마쳤다. 데뷔 10년 차에 비로소 빛을 보게 된 그는 “이전에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휴게소 같은 데를 가면 알아보기도 한다. 주변에서 ‘이제 좀 빛을 보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셨다. 사실 준결승전까지 올라간 것도 좋아했지만 내가 무대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결승 문턱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박현호는 “처음에는 정말 아쉽지 않았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아쉬움도 없었고 ‘오늘만 잘하자’, ‘여기까지 만족한다’고 생각했는데 딱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하기 전에 갑자기 결승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박현호는 ‘불타는 트롯맨’에서 69번 가수로 첫 등장해 박상철의 ‘꽃바람’을 열창하고 수준급의 입피리 실력을 뽐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강탈했던 입피리는 박현호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제작진이) 중간에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뭔가 이 노래에 춤을 추기는 애매한 것 같아 개인기를 넣겠다고 했다.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심사위원들도 처음에 내가 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며 웃었다.
트롯레인저, 트롯파이브 등을 매 경연마다 노래는 물론 퍼포먼스를 동시에 소화한 박현호. 그는 “첫 예심을 제외하고는 (준비기간이) 길면 2주, 짧으면 1주였다.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조금 더 준비 기간이 길었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족한 노래를 메우기 위해 퍼포먼스를 앞세운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많고 트로트를 오래 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들과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한 번이라도 눈에 띄어야 하고, 주목받아야 하지 않냐. 그렇기에 내가 이들보다 잘하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 춤을 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상하긴 했다. 똑같은 기간에 나는 두 배로 연습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시청자는 같이 연습하고 같은 무대를 꾸미는 것을 하나로 보지 않냐. 그럴 때마다 퍼포먼스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박현호는 ‘오빠 아직 살아있다’ 무대 당시 직설적인 내레이션에 대해서는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이때까지 실패했던 것들이 나쁘지 않고 이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레이션할 때도 ‘이걸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풀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가장 재미있는 게 가장 솔직한 거라는 생각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자 했다.”
견제가 됐던 출연진이 있냐는 물음에는 “100명 다 견제됐다”면서도 “사실 견제라기보다는 ‘내 것만 잘하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나 스스로를 견제하지 않았나 싶다”고 웃었다.
‘불타는 트롯맨’으로 인생 2막을 연 박현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다재다능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노래하는 프로그램도 좋고 예능프로그램도 좋다. 무엇이 됐든 ‘박현호는 열정 있게 모든 걸 잘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며 “또 회사가 모델 전문 매니지먼트사인 에스팀이지 않나. 내가 모델이 될 수 있다. 화보를 통해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박현호는 응원해 준 팬들을 향해 “나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는 ‘현호데이’ 팬카페 여러분한테 하루하루 힘이 돼줘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오래오래 소통하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며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