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실패 여파가 크다. 벌어진 세계와의 격차에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가운데, 고등학교 리그에서의 ‘나무 배트’ 사용이 선수들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주장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이에 한 고교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배트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의 기본기의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요즘 신인 선수들을 보면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들이 정말 많다. 타자들은 큰 스윙만 하려고 하고, 투수들은 구속만 신경 쓴다.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지 않으니 프로에서 제구력이나 기본적인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WBC 대회에서 한국은 젊은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와 기본기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타자들을 압도하기는커녕 참담한 제구력 탓에 자멸하기 바빴다. 체격과 몸값만 커졌을 뿐 기본기는 오히려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체질 개선의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사라진 기본기. 통렬한 반성에 주목받는 KBO리그 팀들이 있다. 바로 이승엽(47)-박진만(47) 두 동갑내기 신임 사령탑이 지휘하는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다. 두 팀 모두 비시즌 ‘지옥 훈련’으로 선수들을 비명 지르게 한 팀들이다.
두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선수들의 ‘기본기’를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새 시즌을 준비해왔다. 이승엽 감독은 취임 당시 “선수 시절 맞붙은 두산은 탄탄한 기본기로 상대를 압박했던 팀이다. 허슬두의 팀컬러를 다시 구축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전했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화려함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플레이를 강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감독은 지난해 겨울 마무리캠프부터 지옥 훈련에 나섰다. 기본기 향상을 목적으로 많은 훈련량과 고된 훈련 일정으로 젊은 선수들을 육성했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젊은 선수들의 신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두 사령탑의 표정엔 미소가 가득했다. 스프링캠프도 마찬가지.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까지 햇빛에 잔뜩 그을린 얼굴로 한국에 돌아와 새 시즌을 준비했다.
박진만·이승엽 두 감독의 지옥 훈련은 자율을 중시하는 시대에 역행한다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두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최근 팀의 부진에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이 한몫했다는 것을 통감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많은 양의 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들은 소신과 뚝심으로 지옥 훈련을 강행하며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
두 팀의 2023년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구시대적이라는 지옥 훈련과 이를 통한 선수들의 기본기 함양이 새 시즌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지가 관건이다. 대표팀의 WBC의 부진과 맞물려 더 그렇다. 대회 참사의 원인으로 한국야구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을 지적한 가운데, 기본기에 중심을 두고 훈련한 두산과 삼성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후의 한국야구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두 감독의 지옥 훈련이 구시대적 유산에 머물지, 한국 야구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