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피아자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토너먼트(2라운드) 일본전을 3-9로 패했다. 일찌감치 이탈리아의 열세가 예상됐던 경기다. 이탈리아는 쿠바에 이어 A조 2위로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투타 모두 일본에 뒤졌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만 보더라도 일본이 1위, 이탈리아는 16위다.
일본은 0-0으로 맞선 3회 말 4점, 4-2로 앞선 5회 말 3점을 따내며 이탈리아에 앞섰다. 7회 말에는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오카모토 카즈마(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연속 적시타로 9-2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마운드에선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4와 3분의 2이닝 4피안타 5탈삼진 2실점)를 필두로 이토 히로미(니혼햄 파이터스·3분의 1이닝 무실점)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베이스타스·1이닝 2탈삼진 무실점)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 오타 타이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1이닝 2피안타 무실점)가 무난하게 이탈리아 타선을 막아내며 6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결과는 일본의 승리였지만 이탈리아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플레처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경기 기록은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팀이 뽑아내 3점을 모두 책임지며 타선을 이끌었다. 1회 초 첫 타석 중전 안타를 때려낸 플레처는 3회 초와 4회 초 각각 범타로 물러났다. 압권은 5회 초였다. 0-4로 뒤진 2사 만루에서 오타니의 100마일(160.9㎞/h) 패스트볼을 받아쳐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2-9로 뒤진 8회 초에는 다르빗슈를 상대해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4구째 85.1마일(136.9㎞/h) 컷 패스트볼을 밀어쳐 비거리 374피트(113.9m) 장타를 만들어냈다.
플레처는 아직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없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75번으로 애리조나에 지명된 뒤 마이너리그 레벨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2021년 더블A에서 홈런 15개를 때려냈고 지난해에는 더블A와 트리플A에서 홈런 12개를 쏘아 올렸다. 더블A에서 32경기 타율 0.357 7홈런 34타점으로 가공할만한 화력을 보여주며 마이너리그 레벨 최종 단계인 트리플A에 진입했다. 이번 WBC는 플레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회였다. 8강전에서 기록한 안타 3개 중 2개가 현역 빅리거(오타니·다르빗슈)를 상대로 뽑아낸 거여서 더욱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