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스케이팅 간판인 여자 싱글 김예림(20·단국대)과 이해인(18·세화여고)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멋진 시즌 피날레를 다짐했다. 남자 싱글 차준환(22·고려대)도 지난해 중도 기권 아픔을 딛고 재도약에 나선다. 이들은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에 이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도전에 나선다.
김예림과 이해인, 차준환은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 하네다로 출국했다. 20일부터 26일까지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22일,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은 23일에 각각 열린다.
한국 피겨는 김연아 은퇴 후 세계선수권 포디움(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김연아는 2007년 대회에서 3위에 올라 한국 피겨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을 한 뒤로 총 메달 6개(금 2, 은 2, 동2)를 얻은 바 있다.
세계선수권 메달을 노리는 선수들의 분위기는 좋다. 지난달 11일 끝난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김예림과 이해인이 나란히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예림은 올 시즌 ISU 월드컵에서도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획득했다. 이해인은 그랑프리 1·3차 대회에서 4위에 그쳤지만,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로는 2009년 김연아 이후 이 대회 첫 우승이었다.
19일 김포공항에서 본지와 만난 ‘피겨장군’ 김예림은 “올 시즌 시작부터 좋았다. 이번 대회가 올 시즌 마지막 시합이다. 긴 여정의 끝이 보인다. 그래서 힘이 조금 더 나는 거 같다. 준비한 걸 아쉬움 없이 (경기에서) 쏟을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출국에 앞서 만난 이해인 또한 “그랑프리에서는 잘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4대륙선수권에 나가고 싶은 생각 하나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덕분에 세계선수권까지 출전할 수 있게 돼서 더 뜻깊은 거 같다. 더 잘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예림과 이해인은 올 시즌 내내 그랑프리, 4대륙선수권, 동계체전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김예림은 최근 허리 부상 회복에 전념했고, 이해인도 체력 회복에 중점을 뒀다. 김예림은 “허리가 완전히 좋다고는 할 수 없는데, 시합에 큰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해인은 “체력을 많이 회복해 걱정이 덜 된다”고 말했다.
이해인은 “세계선수권에 나가는 거 자체가 기쁘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서 좋은 결과 기다리는 게 맞다”고 했다. 김예림도 “메달 획득이 아니라 내가 아쉽지 않은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 나서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면 정말 영광”이라고 했다.
이들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한 차준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부츠 문제로 프리 스케이팅 기권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특별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열심히 준비했던 걸 후회와 아쉬움 없이 보여줘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