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지난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23 KBO리그 시범경기에 3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1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첫 타석부터 상대 투수 문동주로부터 우월 솔로 홈런을 쳤다. 이튿날(19) 한화 2차전에서도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에게 홈런을 치는 등 2안타(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지난주 나선 시범경기에서 7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2022)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 1위에 오른 선수다. 3~4경기에서 6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눈길을 끄는 건 빠른 공 공략이다. 18일 한화전에서 때려낸 홈런은 몸쪽(좌타자 기준) 높은 코스 시속 153㎞ 강속구였다.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받고 있는 '파이어볼러' 문동주의 주 무기를 완벽하게 받아쳤다.
이정후는 지난 10일 출전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도 메이저리거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구사한 몸쪽 낮은 코스 153㎞/h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우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왼팔을 왼쪽 옆구리에 붙이고, 오른팔만 쓰는 것처럼 인 앤 아웃 스윙을 시도했다. 5회 상대한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승부에서도 152.7㎞/h 직구를 밀어쳐 좌전 2루타로 만들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는 오프시즌 155㎞/h 이상 강속구 대처력을 키우기 위해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톱 위치(배트를 잡은 손)를 낮췄고, 준비 자세에서 스탠스 폭도 좁혔다.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치른 평가전에서는 정타를 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가장 적합한 자세를 찾은 뒤 대회를 치렀다. 그는 일본전에서 한국 타자 중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등 4경기에서 타율 0.429(14타수 6안타) 5타점 4득점을 남겼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며 날카로운 코너워크를 잘하는 일본 투수들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한국 야구가 WBC 1라운드에 탈락하는 과정에서 무력감을 느낀 이정후는 "꼭 일본에 설욕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한국 야구가 먼저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 모두 느낀 게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데뷔 뒤 가장 긴 시간 해외에 머 물만큼 강행군 속에 오프시즌을 보냈지만, 대표팀 일정을 마치자마자 소속팀에 복귀해 쉬지 않고 다시 배트를 잡았다. 이정후의 눈앞에 놓인 숙제는 새 타격 폼에 적응하는 것이다. 그는 "3500타석 넘게 치던 타격 자세를 바꿨다.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30타석 정도 소화했다. 바뀐 자세에 더 적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리그에 돌아온 그는 마치 WBC 1라운드 탈락 아쉬움을 지우려는 것처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빠른 공 공략도 정교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