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고우석은 지난 16일 전열에서 이탈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에 차출됐던 고우석은 대회 직전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 연습 경기 중 목과 어깨 부위에 통증을 느꼈다. 일본 현지 검진에선 단순 근육통으로 확인됐지만, 대회를 단 한 경기도 소화하지 않아 몸 상태에 관심이 쏠렸다.
WBC 1라운드 탈락 후 입국한 고우석은 국내 병원 두 곳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했고 오른 어깨 회전근개 근육 중 하나인 극상근 염증이 발견됐다. 일본에서의 소견과 달랐다. 구단은 "2주간 휴식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본지와 통화에서 "(고우석의 개막전 출전 가능성은) 50대50이다. 안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무리하지 않고) 늦출 생각이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다음 달 1일 수원 KT 위즈 원정 2연전으로 정규시즌을 시작한다. 구단 발표대로 2주 공백이라면 개막전 출전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민감한 부위에 생긴 염증인 만큼 무리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면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A 구단 출신 트레이너는 "극상근에 염증이 생긴 건 충돌(마찰)로 인한 문제일 거다. 마찰이 계속 반복적으로 가해지면 파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염증은 전조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KBO리그 구원왕(42세이브)이다. 역대 최연소 40세이브((24세 1개월 21일)를 달성하며 LG 뒷문을 단단하게 지켰다. 리그에서 20세이브 이상 기록한 마무리 투수 6명 중 블론세이브가 2개로 가장 적었다. 피안타율(0.173)과 이닝당 출루허용(WHIP·0.96) 모두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런 고우석이 없는 상태로 시즌을 치르는 건 대형 악재다. 부임 첫 시즌을 앞둔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의 공백을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을 계획이다. 염 감독은 "고우석이 돌아오기 전까지 정우영과 이정용, 이우찬까지 세 선수가 돌아가면서 (마무리 투수 역할을) 할 거"라고 구상을 전했다.
3인 3색이다. 사이드암스로 정우영은 시속 150㎞가 넘는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지난해 홀드왕(35개)에 오르며 고우석과 함께 철옹성을 구축했다.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 정도로 리그를 대표하는 중간 계투 중 하나다. 오른손 정통파 이정용의 지난 시즌 홀드도 22개. 2년 연속 15홀드 이상을 해내며 필승조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이우찬은 왼손 계투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지난해 36경기에 등판, 평균자책점 1.81(44와 3분의 2이닝)로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오른손 타자(0.187)와 왼손 타자(0.183) 피안타율이 모두 1할대로 안정적이었다. 세 선수의 투구 유형이 다른 만큼 상황에 따라 카드를 달리할 수 있다.
집단 마무리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주전 마무리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비칠 수 있지만, LG의 판단은 다르다.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기용의 묘미를 발휘할 계획이다. 염경엽 감독은 "누구 한 명으로 정해서 하는 게 아니라 어느 타순에 걸리느냐에 따라서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