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세터 이윤정(왼쪽)과 현대건설 세터 김다인. 사진=KOVO 여자 프로배구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는 세터들의 손에 달려 있다.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2위 현대건설과 3위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가 23일 수원체육관에서 PO 1차전을 치른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끈끈한 팀워크로 여기(PO)까지 왔다. 봄 배구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도 "(2차전이 열리는) 김천(체육관)에서 PO를 끝내겠다"고 출사표를 전했다. 1·2차전 모두 이기겠다는 각오였다.
두 팀은 정규리그 3승 3패로 맞섰다. 전반기(1~3라운드)는 현대건설이 3연승, 후반기(4~6라운드)는 도로공사가 모두 이겼다.
최근 기세는 도로공사가 앞선다. 개막 15연승을 거두며 독주 체제를 갖췄던 현대건설은 전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부상으로 이탈한 뒤 급격히 흔들렸고, 5~6라운드 4승(8패)에 그쳤다. 반면 지난 7일 홈(첨) 경기에서 1위 흥국생명을 잡는 등 정규리그 마지막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두 팀은 리그 정상급 '트윈 타워'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통산 블로킹 1위(1451개) 미들 블로커(센터)였던 양효진과 현역 국가대표 이다현이 네트 앞을 지킨다. 도로공사는 42세의 리그 최고령 베테랑 정대영 그리고 올 시즌 블로킹 부문 2위(세트당 0.771개)에 오른 배유나가 있다.
센터는 때로는 창, 때로는 방패가 되는 포지션이다. 공격 점유율이 가장 높은 상대 측면 공격수들을 블로킹으로 봉쇄하면서도, 속공이나 퀵오픈 등 성공률이 높은 공격을 시도해 득점을 지원한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팀 속공 성공률 1위(52.31%) 도로공사는 팀 블로킹 1위(세트당 2.810개)에 올랐다.
배유나는 지난 20일 나선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양효진·이다현이 워낙 뛰어난 선수여서 나와 (정)대영 언니 모두 두 선수의 공격을 막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 특히 양효진 봉쇄가 관건이다"고 했다. 결국 이번 PO는 네트 앞을 장악하는 팀이 가져갈 전망이다.
센터의 공격은 세터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세터가 적절한 속도와 높이로 토스를 보내서 가장 좋은 공격 타이밍을 만들어야 상대 블로커를 뚫고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현대건설 주전 세터는 김다인이다. 올 시즌 세트 부문 1위(세트당 11.021개)에 오른 선수다. 도로공사 주전 세터는 지난 시즌(2021~22) 신인왕 이윤정이다. 풀타임으로 올 시즌을 치르며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다인과 이윤정 모두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며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포스트시즌 경기는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세터의 선택 하나에 시리즈 전체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그 중압감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김다인은 야스민이 이탈한 뒤 측면과 중앙 공격을 분배하는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윤정의 경기 운영은 다소 전형적인 편이다. 박빙 상황에서 측면 공 배급을 고집할 때가 있다. 물론 상대도 이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
V리그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은 모두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김다인과 이윤정이 센터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