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빅딜에 합의해 재도약을 노렸던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챔피언결정전(챔프전) 티켓을 두고 격돌한다. 두 팀에는 지도자·선수 사이 얽히고설킨 인연이 유독 많아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2022~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2위 현대캐피탈과 준플레이오프(PO)에서 우리카드를 잡은 한국전력이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PO 1차전을 치른다. 팀 순위나 객관적인 전력은 현대캐피탈이 앞서지만, 정규리그 상대 전적은 한국전력이 4승 2패로 우세하다. 승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두 팀은 지난 2020년 11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대캐피탈은 리그 넘버원 미들 블로커(센터)이자 팀 리더였던 신영석을 포함해 주전급 3명을 내주고, '유망주' 세터 김명관, 레프트 이승준 그리고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았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팀 컬러를 완전히 바꾸는 차원의 트레이드"라고 자평했다. 젊은 세터와 공격수를 영입해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였다. 반면 이전 2시즌 연속 리그 최하위(7위)에 그쳤던 한국전력은 전력을 보강해 성적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2020~21시즌, 2021~22시즌 연속 하위권에 그쳤지만, 그사이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점차 성장하며 팀 뎁스(선수층)를 강화했다. 주축 공격수 전광인·허수봉이 차례로 군 복무를 마친 뒤 더 탄탄한 전력을 갖출 수 있었고, 올 시즌 다시 포스트시즌(PS)에 올랐다. 한국전력도 신영철이 가세한 첫 시즌(2020~21) 5위로 도약했고, 지난 시즌은 4위로 준PO에 진출했다. 두 팀 사이 빅딜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PO는 '신영석 시리즈'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챔프전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이끈 신영석이 이제 친정팀에 칼을 겨눈다. PS 경험이 많고,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전술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선수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도 "(신)영석이가 유독 현대캐피탈전에서 잘해줬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사령탑 사이 인연도 깊다. V리그 출범 초기 최태웅 감독은 삼성화재, 권영민 감독은 현대캐피탈 주전 세터로 두 팀의 라이벌전을 이끌었다. 최 감독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2011년부터 4년 동안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권 감독은 "최태웅 감독님은 배구에 항상 진심이다. 배울 것도 많다.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고, 중·고등학교(인하부중·인하부고) 4년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고 인연을 전하면서도 "(이번 PO가 열리는) 천안에서 우리 팀이 유독 잘했다"며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권 감독은 선수 시절이었던 2006년 1월 "(최)태웅이 형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있어서 더 힘이 난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최고의 세터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전한 바 있다. 현재 그는 자신의 친정팀(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옛 라이벌(최태웅)과 사령탑으로 만났다.
전광인(현대캐피탈)과 서재덕(한국전력) 사이 웃지 못할 사연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력에서 함께 뛰었던 두 선수는 평소 친분과 애정을 자주 드러낼 만큼 절찬한 사이다.
전광인은 PO 출전이 불발됐다. 지난 9일 한국전력전에서 공교롭게도 서재덕의 발을 밟고 오른쪽 발목이 꺾이며 부상을 당했다. 당시 서재덕은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전광인은 자책하는 서재덕에게 먼저 전화해 "마음 쓰지 말라"고 했다. 짐을 던 서재덕은 "(전)광인이와의 대결은 항상 즐거웠다. 아쉬운 마음도 크다.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우리 팀(한국전력)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