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부상 터널을 지난 함덕주(28·LG 트윈스)가 안정적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는 "비시즌 때부터 안 아프고 던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함덕주는 지난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시범경기에 불펜으로 등판, 1과 3분의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했다. 5-2로 앞선 5회 말 2사 3루에서 마운드를 밟아 외국인 타자 앤서니 알포드를 4구째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6회 선두타자 이상호를 중전 안타로 내보냈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빠르게 채웠다. 시범경기 네 번째 홀드를 챙겨 부문 1위로 올라섰다. 세부지표도 흠잡을 곳이 없다. 4경기 4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이 '0'이다.
함덕주에게 최근 두 시즌은 '악몽'에 가까웠다. 2021년 3월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하더라도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두산 베어스 시절 2015년 16홀드, 2018년 27세이브를 기록한 전천후 자원이었다. 선발로도 활용할 수 있어 가치가 높았다. LG는 함덕주를 영입하기 위해 토종 거포 양석환을 내줬다. 트레이드 당시만 하더라도 "두산이 손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함덕주는 검증이 끝난 자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예상과 달랐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통풍에 팔꿈치 부상까지 겹친 탓에 이적 첫 시즌 16경기 등판(평균자책점 4.29)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13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이마저도 5월 이후 1군 등판이 없어 꽤 긴 시간 전력 외로 분류됐다. 함덕주가 부상에 허덕이는 사이 양석환이 2년 연속 20홈런을 때려 대비를 이뤘다. 한동안 잊힌 존재였던 함덕주는 몸 상태를 끌어올려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시범경기에선 쾌투를 이어가며 염경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염경엽 감독은 "구속이 아직 완전히 올라온 건 아니지만 일단 아픈 데가 없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며 "구속은 현재 최고 140~42㎞/h인데 146㎞/h 정도까진 나와야 한다. 구속이 올라오면 함덕주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전력으로 투구하지 않는 시범경기라는 걸 고려하면 구속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 만약 '건강한' 상태로 구속만 조금 더 끌어올리면 필승조 카드로 손색없다. 승부처에서 낼 수 있는 왼손 자원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함덕주는 조심스럽다. 그는 "현재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지만 아프지 않은 것만으로도 잘 진행되고 있는 거 같다. 스프링캠프부터 부상 관리와 구속에 신경 쓰면서 훈련했다"며 "시즌 목표는 기록적인 것보다 2년간 아파서 아무것도 못 했기 때문에 아프지 않게 시즌을 풀타임으로 치르는 것 이외 다른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