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최고의 수문장으로 꼽히는 조현우(32·울산 현대)가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골문을 지킬까. 대표팀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다.
지난 24일 콜롬비아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클린스만 대표팀 감독은 골문을 김승규(33·알 샤밥)에게 맡겼다.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의 선발 출전, 이재성(마인츠)을 오른쪽에 배치하고 손흥민(토트넘)에게 프리롤을 맡긴 것을 제외하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과 베스트11 구성은 큰 변화가 없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부임 후 줄곧 넘버원 자리를 지킨 김승규는 클린스만호의 데뷔전 골키퍼로 낙점됐다. 안정적인 빌드업이 강점인 김승규는 콜롬비아전에서도 정확한 패스 능력을 뽐냈다. 상대가 거세게 압박할 때 중앙으로 길게 찔러 빠른 공격을 돕는 게 인상적이었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김승규는 90분 내내 21개의 패스 중 18개를 동료 발 앞에 정확히 배달하며 86%의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다.
그러나 선방에 있어서는 ‘아쉬웠다’는 목소리가 있다. 큰 위기 없이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내리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실점 전 공을 끊긴 수비진의 실수가 도드라졌지만, 김승규도 상대 슈팅에 반응하지 못했다.
콜롬비아가 90분 내내 단 2개의 유효 슛을 기록했는데, 모두 한국 골망을 갈랐다. 물론 두 골 모두 문전에서 원터치로 때린 슈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어떤 골키퍼라도 반응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선방 능력이 발군인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더라면 결과가 다를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대표팀에서 뛰지 못한 조현우가 우루과이와 맞대결에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유형의 수문장을 선호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대한 많은 선수에게 실전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전을 마친 클린스만 감독은 “모든 선수의 장점과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 경기를 통해 많은 부분을 볼 수 있다. (선발된) 25명 모두 기용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앞으로 남은 경기를 통해 선수들을 알아가고 싶다”고 했다.
2017년 11월 세르비아와 친선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조현우는 빼어난 세이브로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태용 전 감독이 이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경기 모두 골문을 지켰다. 특히 독일과 3차전에서는 ‘인생 선방’을 펼치며 주전 골키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빌드업을 추구하는 벤투 전 감독이 축구대표팀을 이끌면서 김승규가 확실한 주전 수문장으로 자리 잡았다. 조현우는 벤투 감독 체제에서도 왕왕 출전 기회를 얻었지만, 중요한 경기에는 매번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딱 8개월 전인 지난해 7월 27일,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한일전(0-3 패)이 조현우가 태극 마크를 달고 뛴 마지막 경기다. 주전 수문장을 고심 중인 클린스만 감독이 28일 열리는 우루과이전에서 조현우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