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현 감독 특유의 위트 있고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은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호연과 스피디한 연출력이 합쳐져 137분을 순삭한다.
‘길복순’은 프로 킬러 길복순(전도연)이 딸과 자신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해 청부살인을 그만두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도연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정통 액션에 도전, 그야말로 몸을 불태우는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에는 크게 두 줄기의 관계가 존재한다. 일에 있어서는 프로지만 10대에 접어든 딸과의 관계는 서툴기만 한 엄마로서의 복순, 그리고 복순에게 있어서만은 이성적인 판단을 잃게 되는 청부살인업체의 대표 차민규(설경구)와 관계. 겉으로는 액션이 주인 듯 보이지만 ‘길복순’을 단순한 액션 영화라고만 보긴 어려운 이유다. 심리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들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풀어지는지를 보는 것도 영화의 큰 재미다.
액션과 감정선을 모두 잡아야 하는 길복순 역엔 전도연 외에 다른 배우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변성현 감독은 앞서 진행된 제작 보고회에서 “전도연을 먼저 캐스팅한 뒤 전도연에게 맞을 것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고백했다. 맞춤형 시나리오 안에서 뛰어노는 전도연의 연기는 초반부터 숨쉴 틈을 주지 않고 보는 이들을 몰입시킨다.
일과 삶 사이의 밸런스를 뜻하는 ‘워라밸’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복순이 회사의 규칙을 어기고 다른 선택을 내리는 과정은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프로’ 킬러가 회사의 오더에 반기를 드는 과정과 그것이 불러오는 파장과 성장은 ‘길복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이솜은 차민규의 여동생 차민희로 등장, 전도연이 맡은 복순과 날을 세우며 대립한다. 해사한 얼굴로 뿜어내는 빌런의 분위기가 색다르다. 구교환은 능력은 출중하지만 차민규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킬러 한희성 역을 맡아 곳곳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