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 울산 현대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유니폼에 세 번째 별(우승)을 단 울산은 개막 첫 경기부터 ‘현대가 라이벌’ 전북 현대를 2-1로 격파하더니, 4연승을 질주했다. 4경기에서 승점 12를 얻은 울산은 우승 경쟁을 펼칠 거라 평가받던 전북(승점 4·1승 1무 2패)에 멀찍이 도망갔다. 전북은 현재 리그 8위다.
운도 따랐다. 울산은 올 시즌 1~3라운드를 모두 한 점 차로 이겼다. 전북과 1라운드(2-1 승) 강원FC와 2라운드(1-0 승)에서는 점유율, 슛, 유효 슛 기록에서 모두 상대에 밀렸다. FC서울과 원정 3라운드(2-1 승)에서는 이전보다 더 나아진 경기력이었지만, 상대의 결정적인 실책이 따랐다. 경기 후반 상대 골키퍼 최철원이 치명적인 핸드볼 실책을 범해 승리할 수 있었다.
울산이 달라졌다. A매치 소집기 이전인 지난 19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 4라운드 경기에서다. 당시 울산은 수원FC를 3-0으로 완파했다. 상대 전적 강세(9승 1무 1패)를 이어갔다. 승리만큼 홍명보 울산 감독을 더 기쁘게 한 건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수원FC를 압도했다. 홍 감독도 “원하는 경기력이 나와야 할 시점이었다. 충분히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울산에 합류한 최전방 공격수인 주민규(33)와 왼쪽 측면 공격수인 구스타브 루빅손(30·스웨덴)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게 호재다. 둘은 올 시즌 똑같이 2골을 넣으며 엄원상과 함께 팀 내 득점 공동 1위에 자리했다. 공을 지속해서 소유한 뒤 짧은 패스로 전방까지 올라가는 빌드업 축구가 핵심 전술인 울산에서 공격의 방점을 찍는다.
주민규와 루빅손은 이타적인 축구로 울산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자신이 문전으로 쇄도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도 자기보다 더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를 건네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수원FC와 경기에서도 화려한 발기술과 패스 능력으로 나란히 1골·1도움씩을 기록했다. 팀 내 동료 누구나 해결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터뜨린 공격 포인트였다.
사실 주민규와 루빅손은 다소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개인 성적을 신경 쓰래야 안 쓸 수 없다. 주민규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뒤 울산에 합류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직접 전화해 울산 이적을 설득했다. 지난 시즌 9골을 터뜨리며 팀의 우승에 공헌한 마틴 아담(헝가리)과 포지션이 겹치지만, 울산은 전방 몸싸움과 연계 플레이에 강점 있는 주민규 영입을 결정했다.
루빅손은 자신의 기록이 곧바로 재계약 여부와 직결하는 외국인 선수다. 독일 이적전문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가 평가한 루빅손의 시장가치는 150만 유로(21억원)다. 울산은 예년에 루빅손 영입을 시도했지만, 높은 이적료 탓에 불발된 바 있다. 재영입을 추진해 결국 품에 안았다. 더구나 그는 스웨덴 A대표팀 출신이다. 팀 내에서 그를 향한 기대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개인 성적을 증명해야 하는 신분이지만, 주민규와 루빅손은 울산의 통산 네 번째 우승에만 관심이 있다. 주민규는 ‘K리그 해리 케인’ 루빅손은 ‘스웨디시 박지성’이라고 불린다. 공격 기회를 잘 살리고, 승리를 위해서 헌신하는 이미지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주민규는 “커리어에 우승이 없다. 울산에 온 이유”라고 했다. 루빅손도 “최대한 많은 우승을 하는 게 내 유일한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