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KOVO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벼랑 끝에 몰렸다. 코트 안팎에서 필승 의지를 드러낸 최태웅(47) 감독도 고개를 숙였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0-3(20-25, 22-25, 22-25)으로 완패했다. 외국인 선수 오레올 카메호가 6득점에 그쳤고, 에이스 허수봉도 범실 9개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30일 열린 1차전에서도 1-3으로 패했다. 역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모두 진 팀이 내리 3~5차전을 이기며 역전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현대캐피탈의 우승 확률은 역대 전적 기준으로 0%다.
남자 프로배구는 최근 2시즌 연속으로 외국인을 사령탑으로 둔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챔프전) 정상에 올랐다. 2020~21시즌은 V리그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로베르토 산틸리(58) 감독, 2021~22시즌은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토미 틸리카이넨(36) 감독이 이끌었다.
최태웅 감독도 현대캐피탈을 2차례(2016~17·2018~19시즌)나 챔프전 정상으로 이끈 명장이다. 그는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대한항공의 우승을 저지해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가슴에 새겼고, 코트 안팎에서 투지를 드러냈다. 1차전에선 심판 판정에 평소보다 격양된 모습을 보이며 경고를 받았다. 2세트 종료 뒤엔 상대 벤치 스태프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한항공 공격수 정지석이 "상대 팀 어필이 많아서 일부러 세리머니를 더 크게 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최태웅 감독은 1차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선 "지난 2시즌 동안에는 의식하지 못했다. 이번에 대한항공과 챔프전을 치르다 보니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남녀부 모두) 외국인 감독이 많아졌고, 더 들어올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지도자가 더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태웅 감독은 대한항공전에서 유독 전술 변화를 많이 줬다. 정규리그 5·6라운드에선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인 주포 허수봉을 미들 블로커(센터)로 기용했다. 이번 챔프전 1차전에선 주전 이현승 대신 백업 김명관을 더 많이 썼다. 2차전에서는 오레올을 센터로 기용했다.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어 파고들려는 의지였다.
최태웅 감독의 용병술은 대한항공에 통하지 않았다. 대한항공 리더이자 국가대표 세터인 한선수는 현대캐피탈의 변화를 역이용하는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링컨 윌리엄스-정지석-곽승석 삼각편대도 꾸준히 득점을 지원했다.
현대캐피탈은 3일 무대를 홈 코트(천안 유관순체육관)로 옮겨 챔프전 3차전을 치른다. 이제 한 번이라도 지면 우승을 내준다. 최태웅 감독은 "홈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대로 주저앉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