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콘테 감독 (전 토트넘 홋스퍼)의 그 인터뷰는 자충수가 됐습니다. 그를 중도 경질로 이끈 결정타가 되리라고 본 영국 스포츠 매체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콘테의 말을 다시 옮겨 봅니다. “우리는 그냥 제대로 된 팀이 아니었다. 11명 모두 이기적인 선수였다. 서로 돕지 않고, 협력하지 않았다…선수들은 압박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뛰기 싫어한다…토트넘은 20년 동안 같은 구단주가 있었지만 왜 아무 것도 얻지 못했나.”
리더의 메시지에 대해 여러분과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손흥민 선수의 소속 축구팀 감독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보통 리더가 공개적인 표현으로 직격탄을 날린다면 특정 타겟을 정해 싸움을 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비난의 대상을 좁혀 집중하는 전략이죠. 그래야 분리된 나머지 그룹과 여론으로부터 지지를 얻기 쉽습니다.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된 선택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콘테의 워딩은 어떻습니까? 팀, 선수, 구단을 죄다 걸고 넘어졌습니다. 결국 모두가 그에게 등을 돌립니다.
그는 무엇을 계획한 것일까요? 만약 실망스런 시즌의 반전을 노리고 강한 피드백을 하고 싶었다면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여러분도 자신이 속한 조직과 팀, 그리고 관계에서 리더의 말, 그것도 공개적으로 상처를 주는 메시지가 있었나요?
권위적인 리더십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툭 던지는 ‘그분’의 어떤 말에 우리는 속이 상합니다. 리더십 스타일의 문제라기 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리더의 마음가짐, 태도, 그리고 훈련이 부족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리더의 사소한 표현, 행동 하나가 팀 분위기를 깨는 것은 물론이고 구성원의 판단에도 큰 영향을 주는 사실 또한 간과하기 쉽습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듯 싶지만 리더가 먼저 한마디 꺼내면 그걸 기준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학이나 마케팅에서 쓰는 ‘앵커링 (anchoring) 효과’입니다. 처음 접한 정보, 최초 제시된 내용에 생각의 닻이 내려져 제대로 따져보지 않는 사고의 편향 (bias)을 말합니다.
리더의 손짓 하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4년 10월, 미국 공군 사령관이던 유잘 엔트 (Uzal Ent)는 비행기 이륙 도중 추락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됩니다. 원인은 손가락 튕긴 그의 사소한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사고분석 결과 비행 직전 담당 조종사가 병가를 냈고, 대체 조종사가 투입된 사실이 확인됩니다. 대체 조종사는 전설적인 공군 장군과의 첫 비행에 매우 흥분했고, 엔트 장군이 이륙 과정서 고개를 흔들고 손가락을 까닥하자 랜딩 기어를 올리라는 신호로 받아 들였다고 합니다. 이륙 속도에 도달하지 않은 채 바퀴를 올려 동체가 활주로에 충돌했고, 부러진 프로펠러가 엔트 장군의 허리를 찔렀습니다. 장군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 동작을 대체 조종사가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마케팅 학자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나옵니다.
이제 리더가 아닌, 우리를 들여다 보시죠. 리더나 전문가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엔트 장군의 새 조종사는 그 손짓의 의미를 물어보지 않았을까요?
그렇습니다. 엔트 장군의 비행기 사고는 조종사가 권위에 눌려 자기역할을 못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복잡하고 중요한 이슈를 선택해야 할 때 우리는 누군가 대신 판단해 주길 바라고 있지 않나요?
저는 단언하지 않고, 겸손하게 서로 질문하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훈련법으로 제안합니다. “리더는 답을 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리더도, 추종자도 벗어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겸손한 질문은 리더와 추총자, 조직 내 관계와 과정을 허심탄회하고 공유하는 문화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앞으로 이런 질문과 훈련에 대해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올초 작고한 에드가 샤인 교수(MIT)의 ‘리더의 질문법 (영어제목은 Humble Inquiry로 겸손한 질문이란 뜻)’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A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