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입성한 손흥민(31·토트넘)이 통산 100호골을 기록했다. 역대 34번째로 100골 고지를 밟았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손흥민은 지난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턴과 2022~23시즌 EPL 30라운드 홈 경기에서 선제골을 기록, 팀의 2-1 승리에 한몫했다. 안방 5연승을 내달린 토트넘(승점 53)은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6)를 바투 추격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손흥민 존’에서 예리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브라이턴의 골문을 열었다. 윙백 이반 페리시치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바깥 왼쪽 지역에서 안쪽으로 공을 툭툭 치다가 오른발 슈팅을 때렸고,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망 반대편 구석을 출렁였다. 올 시즌 리그 7호골이자 EPL 통산 100호골이다.
2015년 8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며 EPL에 입성한 후 8년 만에 이룬 성과다. 첫 시즌(4골)을 제외하고 매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은 2021~22시즌에는 23골을 몰아치며 골든 부트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에는 부진에 안와골절 등 부상까지 겹치며 출발이 저조했다. 100골을 앞두고 삐걱거렸지만, 통산 260번째 경기에서 기어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아차기 슛으로 대업을 이뤘다.
정확한 양발 킥이 최대 강점인 손흥민은 고르게 100골을 몰아쳤다. 주발인 오른발로 55골, 왼발로 41골, 머리로 4골을 넣었다. 약발로 40% 이상의 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페널티킥, 프리킥으로는 각각 한 골씩밖에 넣지 않았다. 필드골이 98골이라 그 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받는다.
손흥민은 EPL 역대 34번째로 100골 고지를 밟았다.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이며, EPL 100골을 달성한 34명 중 잉글랜드 외의 국적은 손흥민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곳곳에서 손흥민의 성취를 축하했다. EPL 사무국은 공식 SNS(소셜미디어)에 “축하합니다. 손흥민 선수!”라고 한글로 적었다. 이외에도 여러 게시물로 손흥민의 100골을 조명했다. 소속팀 토트넘 역시 “손흥민이 아시아 선수 최초 EPL 100골을 달성했다”며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손흥민이 축구공 100개를 바라보는 합성 사진을 올리기도 했는데, 시즌 득점에 따라 공인구의 개수가 달랐다.
동료들의 축하 세례도 이어졌다. 무사 시소코(낭트)와 세르주 오리에(노팅엄 포레스트) 등이 손흥민의 SNS 게시글에 댓글을 달아 경축했다. 손흥민과 EPL 역대 최다 골 합작 기록(45골)을 보유한 ‘파트너’ 해리 케인은 SNS에 영상을 올려 “손흥민에게 큰 축하를 보낸다. EPL 100골을 달성한 건 놀라운 일이다. 우리 역시 그를 자랑스러워한다”며 애정을 표했다.
대기록을 쓴 손흥민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EPL에서 100골을 넣는 건 엄청난 일이고 내가 꿈꿔온 일이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놀라운 성과”라며 “모든 아시아 선수, 특히 한국 선수들이 할 수 있다고 믿길 바란다. 나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아시아 선수가 EPL에서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별했던 세리머니의 이유도 밝혔다. 손흥민은 100번째 골을 넣은 후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는 “지난 몇 주간 힘든 순간을 겪어 만감이 교차했다”며 “특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은 쉽지 않았다. 이 골을 외할아버지에게 바치고 싶다”고 전했다.
EPL 역대 득점에서 맷 르티시에(은퇴)와 공동 33위에 오른 손흥민의 바로 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103골) 디디에 드로그바(은퇴·104골) 대런 벤트(은퇴·106골) 폴 스콜스(은퇴·107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