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장사'로 불리던 최정(36·SSG 랜더스)이 입단 19년 만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최정은 지난 1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구단 역사상 최초로 2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이날 4번 타자로 나선 최정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 개인 통산 2000번째 안타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17번째, 우타자 기준으로는 홍성흔·정성훈·김태균·이대호에 이어 다섯 번째다.
2005년 1차 지명을 받고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2년 차인 2006년 홈런 12개를 쳐 '소년 장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를 시작으로 KBO리그 역대 최초 17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2위 장종훈·양준혁 15년 연속)을 기록했다. 홈런왕에 세 차례 등극했고, 통산 홈런만 430개로 역대 2위에 올라있다. 역대 400홈런-2000안타를 동시 달성한 선수는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과 최정, 둘뿐이다.
최정이 대기록을 세워가는 데에는 타석에서의 전투적인 자세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는 홈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붙어 타격한다. 투수가 던진 공에 많이 맞을 수밖에 없다. 사구 313개로 KBO리그 역대 최다 1위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우리보다 야구 역사가 깊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몸에 맞는 공 300개를 넘긴 선수는 없다. 최고 시속 150㎞ 내외의 공에 맞는 충격과 통증은 엄청나다.
그런데도 최정이 타석에 바짝 붙는 건 투수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보통 타자에게 한 가운데 공이 최정에게는 몸쪽 공이, 바깥쪽 공은 한 가운데 공이 된다. 이런 경우 투수가 타자(최정)를 공략할 수 있는 공간은 좁다. 최정은 이런 점을 활용해 홈런과 안타 등 좋은 결과물을 얻으려고 한다. 물론 이에 따른 사구 통증이나 위험이 뒤따르나, 작은 공간(배터스박스)에서 최대한 강점을 살려가는 쪽을 택했다. 부상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19년째 변함이 없다. 공에 맞더라도, 지금까지 큰 부상이 없었던 것도 강점이다.
노력도 한몫했다. 최정의 신인 시절부터 곁에서 지켜본 김원형 SSG 감독은 "지금이야 '제가 그랬나요'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기억에 (최)정이가 경기 끝나고 남아서 스윙하고, 전력분석실에서 뭐가 잘못됐는지 확인하는 걸 자주 봤다. 혼자 열받아서 스윙하는 모습들, 그런 게 쌓여서 최정이 된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땐 야구에 미쳐 있었다"고 귀띔했다.
최정은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KBO리그 역대 FA(자유계약선수) 총액 2위에 올라있다. 2015년 4년 총 86억원, 2019년 6년 106억원에 계약했다. 역대 FA 누적 총액 1위는 LG 트윈스 김현수(230억원)다.
최정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이승엽의 KBO리그 최다 467홈런 기록을 깰 가장 유력한 선수로 손꼽힌다. 최정은 현재 430홈런으로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빠르면 올 시즌 후반, 늦어도 내년 시즌에는 467홈런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또한 김태균이 가진 우타자 최다안타(2209개) 기록 역시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최정은 "팀 최초 2000안타를 달성해 더욱 뿌듯하고 영광이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좋은 기록을 세워서 개인적으로도 자랑스럽다. 선수 생활이 더 남았기에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시즌 두 자릿수 연속 홈런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남은 시즌 잘 준비해서 반드시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