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의 최고 IP로 꼽히는 ‘마리오’ 영화에 전세계 팬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흥행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기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누적 매출액은 3억 5900만 달러(약 4734억원)로, 마블의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2억13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높은 누적 매출액 기록이다.
당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는 미국 팬들의 우려가 많았다. 원작 게임에서 슈퍼마리오는 강한 이탈리아 억양을 구사하는데, 주인공 마리오 목소리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주인공 크리스 프랫이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첫 마리오 영화인 ‘슈퍼 마리오’에서 루이지 역을 맡은 배우 존 레귀자모도 자신의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두 명의 백인 배우가 마리오와 루이지 목소리를 내면서 새 영화가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인들이 마리오의 목소리에 민감한 이유는 오랜 시간동안 마리오 목소리가 강한 이탈리아 발음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슈퍼마리오’ 미국판 시리즈에서는 성우 찰스 안드레 마티네이가 닌텐도64(1996년) 이후 마리오 성우를 도맡아왔다. 레이싱 게임 1위로 1억 60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운 ‘슈퍼 마리오 카트 8 디럭스’에서 타이틀을 시작하며 경쾌하게 울리는 목소리 “마리오 카트”도 찰스 마티네이의 목소리다.
수십년 동안 찰스 마티네이의 이탈리아 발음 “잇챠 미! 마리오!(It's-a me, Mario!)”를 들어온 팬들에게 크리스 프랫의 미국 발음은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었다. 크리스 프랫 자신도 여러 미국 매체 인터뷰를 통해 마리오를 연기하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를 밝힌 바 있다. 마리오 연기 초반에는 자꾸 이탈리아계 마피아 캐릭터 ‘토니 소프라노’가 튀어나왔다고 한다.
◇미 의회박물관에 간 마리오 음악..머라이어 캐리, 마돈나와 나란히
마리오 성우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개봉 후 팬들은 “게임 속 마리오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호평을 쏟아놨다. 로튼토마토에서 실 관람객 지수인 ‘팝콘 지수’는 19일 기준 96%로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 평인 토마토 미터는 58%로 혹평이 쏟아졌다. 주로 영화의 단조로운 이야기 구조에 대한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크리스 프랫의 ‘미국 발음’에도 미국 시청층이 열광한 이유는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어릴 적 자신이 즐긴 마리오 시리즈를 그대로 옮겨뒀기 때문이었다. 마리오 IP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임에 등장한 캐릭터로, 아케이드형 게임 외에 레이싱 게임, 전투 게임, 오픈 월드 게임 등 다양하게 등장한다. 게임 수가 많은 만큼, 마리오 게임에서 흐르는 배경음도 다양하다.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마블 영화 음악을 책임지고 있는 하버드 출신 천재 작곡가 브라이언 테일러를 기용했다. 브라이언 테일러는 ‘아이언맨3’,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배경음을 만든 작곡가다. 오케스트라를 이용해 웅장한 음악과 파괴적인 소리를 담는 데 일가견이 있다.
브라이언 테일러는 실제 닌텐도의 마리오 게임 작곡가 콘도 코지와 협업해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배경음을 만들었다. 그 결과 마리오 게임의 각종 배경음은 대형 스크린에 걸맞은 새로운 영화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속에 익숙한 마리오 게임의 멜로디와, 게임 속 효과음을 기가 막히게 끼워 넣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며 한 편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한편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985)의 테마곡은 ‘국가 역사의 소리를 정의하는 항목’으로 미국 의회 도서관에 등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와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