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김연경(35)을 품은 흥국생명이 내부 리베로 도수빈과도 계약하며 전력 누수 방비에 나섰다. 향후 행보도 시선이 모인다. 김연경에게 제시한 비전에는 분명 외부 보강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6일 흥국생명과 V리그에서 처음으로 FA 계약(1년·총액 7억 7500만원)한 김연경은 잔류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전한 다음 시즌(2023~24) 구상과 방향성을 들었다.
이미 '김연경 계약' 프로젝트는 투 트랙이었다는 게 알려졌다. 아본단자 감독이 설득하고, 구단은 전력 강화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
사실 배구적인 부분은 다음 시즌 경기를 통해 확인하면 될 것이다. 당장 22일 마감하는 FA 시장에서의 성과는 온전히 프런트의 몫이다.
흥국생명은 2022~23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18~19시즌 전력보다 강하지 않았다. 학폭 의혹으로 떠난 이재영-다영 자매가 뛰었던 2020~21시즌 4라운드까지의 전력과 비교하면 더 떨어진다.
김연경만의 힘으로 2022~23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오를 건 결코 아니다. 많은 선수가 제 몫 이상 해줬다. 하지만 몇몇 포지션은 객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세터 포지션은 개막 전부터 그랬다. 김다솔이 분전했고, 이적생 이원정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두 선수 모두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팀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리드를 보여줬다고 평가받긴 어렵다.
미들 블로커(센터)진도 마찬가지다. 흥국생명은 챔프전 내내 김연경과 옐레나, 측면 공격수들에 의존하는 공격을 보여줬다. 5차전 두 선수의 공격 점유율 합계는 66.51%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도로공사에 내준 뒤 이 문제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측면 점유율을 높이려 한 것은 아니다. 센터 활용을 하지 못한 건 패인 중 한 가지다. 부임 뒤 중앙과 후위 공격 비율을 높이려 했지만, 잘 안 되었다"고 했다.
결국 중앙과 후위 공격은 세터의 공 배급 능력과도 관련 있다. 아본단자 감독은 "(세터) 이원정이 체력 문제를 회복하지 못했다. 앞으로(다음 시즌은) 센터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패장이 전한 패인. 중앙 공격과 후위 공격 강화를 위해서 할 일은 명확하다. 기존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거나, 외부에서 좋은 세터와 센터를 영입하는 것.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 구성을 약속했다. 외부 영입을 노리는 포지션과 선수 윤곽이 뚜렷한 이유다. 이제 관심사는 협상 성사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