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사람이 바뀌어도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 사령탑의 인터뷰 패턴은 변하지 않는다. 감독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팬들은 '구단 프런트'에 분노한다. 수원 선수들은 부담감을 느끼고 경기장에서 위축된다.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 경기. 수원이 1-3 패배하자 최성용 감독 대행의 입에선 익숙한 멘트가 나왔다. 그는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수원 사령탑들에게서 들었던 내용과 유사하다. 앞서 이임생·박건하·이병근 감독 모두 성적 부진에 고개를 숙였다.
팬들은 전력 보강에 소극적인 프런트에 분노한다. 22일 열린 슈퍼매치에서 원정 팬 좌석에는 '삼성아. 잘하든가 잘 팔든가' '팀도 팬도 죽이는 건 제일' '지지자는 소통을 원한다' '몇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꼴찌 경영' 등 공격적인 배너가 걸렸다. 구단에 항의하는 의미를 담아 서포터즈 배너는 거꾸로 달려 있기도 했다.
실제로 수원은 구단 명성에 걸맞은 '빅 사이닝'이 없었다. 희망을 안겼던 '매탄소년단' 정상빈(당시 울버햄프턴)·오현규(셀틱FC)의 이적료가 큰 보강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결국 기다린 건 올 시즌 리그 무승·최하위라는 초라한 결과였다.
심지어 최성용 감독 대행 입에선 '전력 차이'를 인정하는 발언도 나왔다. 최성용 감독 대행은 22일 슈퍼매치 뒤 인터뷰에서 '강팀과 약팀 간 경기 같았다'는 질문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대표급 선수와 좋은 외국인 선수가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현재 가동할 수 있는 인원은 이런 자원밖에 없다"며 현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K리그1 우승 4회, FA컵 우승 5회에 빛나는 명문팀 수원의 현주소라고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극적인 변화도 없을 전망이다. 이날 최성용 감독 대행은 '구단과 따로 나눈 대화가 있느냐'란 질문에 "팀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달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짧게 답했다. 경기장에 남은 건 고개 숙인 수원 선수단과 '실력으로 이뤄낸 꼴등' 등 라이벌팀이 내건 도발적 걸개뿐이었다.